불법파견 비정규직 근로자도 "2년 넘으면 고용승계"

불법적인 비정규직 등의 파견근로자라 하더라도 2년 이상 실질적으로 같은 직장에서 일했으면 이들을 고용한 업체가 정식 근로자로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도급계약 등을 통해 변칙적으로 위장,파견근로자를 임시직으로 근무시켜온 기업의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어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 문제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법 특별4부(재판장 이광렬 부장판사)는 14일 인력파견 업체인 인사이트코리아를 통해 파견된 근로자들의 노조 위원장인 지무영씨 등 파견노동자 3명이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재판부는 "근로자파견법은 불법 파견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이 법의 입법 취지가 근로자의 권익 향상과 고용 안정을 위한 것이고 형식상 불법 파견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고용 상태에 있는 근로자들을 해고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사용 업체의 불법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8년 1월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근로자로 S기업에 파견된 원고들은 2년7개월 뒤인 지난 2000년 8월 S 기업측이 제시한 3∼12개월 계약직 채용에 동의하지 않자 모두 해고됐다. 이에 원고들은 8월 서울지방노동청에 이의를 제기했고 사용자 측인 S 기업은 규정상 파견업무와 다른 업무를 하는 불법 파견이라는 이유로 고용 승계 의무가 없다고 반박했다. 2001년 3월 서울지방노동위는 파견기간 2년이 지났으면 이들은 이미 S기업에 직접 고용된 것이라며 부당 해고 판정을 내렸다. 그러나 같은해 10월 중앙노동위는 불법 파견에는 직접 고용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지노위의 판정을 뒤집은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도 지난 2월 이 사건의 행정소송 1심에서 "파견을 허용한 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에 대한 파견은 불법으로 금지돼 있고 이러한 불법 파견에는 근로자파견법상 직접 고용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결했다. 결국 행정소송 2심 판결을 담당한 서울고법은 사용 업체가 파견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하지 않으려고 '근로자파견법'이 허용하는 파견 대상 업무(한국표준 직업분류상 26개 직종)가 아닌 다른 업무로 근로자파견 업체와 변칙 계약을 맺어 파견 자체를 불법으로 만드는 관행에 쐐기를 박았다. 한편 노동부는 지금까지 불법 파견근로자를 채용한 기업주를 적발해도 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닌 경우 고용계약과 같은 계약(고용의제)을 부인하는 행정법원의 판결에 따라 파견근로자보호법 적용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했는데 이번 판결에 따라 행정 단속에 힘을 얻게 됐다고 밝혔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