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초읽기] '전쟁나면 국내경제 어떤영향 미치나'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이 국내 경제에 미칠 여파는 전쟁의 전개 양상에 따라 확연히 달라질 전망이다. 미.이라크 전쟁이 1개월 이내의 단기전으로 끝난다면 세계 경제를 짓눌러온 불확실 요인이 제거돼 유가가 안정되고 수출시장도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3개월 이상 장기전으로 흐를 경우 세계 경기가 침체되고 설비투자마저 위축돼 경기침체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단기전으로 끝나면 호재 미.이라크 전쟁이 짧은 기간 내에 종료되면 국내 경기가 상당부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영주 재정경제부 차관보는 "석유 수입이 민간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1%로 추정된다"며 "전쟁 위험으로 50% 가까이 올랐던 국제유가가 원래 수준으로 떨어지면 민간소비가 늘어날 여지가 그만큼 커진다"고 말했다. 최근의 민간소비 위축은 상당부분 유가 상승으로 인한 가처분 소득의 감소 탓이었던 만큼 유가가 안정되면 민간의 소비 여력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다. 지난 1월 적자로 반전한 무역수지도 국제유가가 안정될 경우 흑자기조를 되찾을 전망이다. 수출은 올들어 10∼20%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의 원유 가격 상승으로 수입 가격이 치솟는 바람에 무역수지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또 유가 하락분만큼 공산품 가격이 내려 소비자 물가 역시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이다. ◆ 장기전으로 가면 악재 전쟁이 3개월 이상 계속되고 국제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 이를 경우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는 미.이라크 전쟁의 장기화로 내수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해질 경우 한국은행 차입금과 재정증권 발행 등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방침이다. 올해 예산의 53%를 상반기중 앞당겨 집행하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본격적인 적자재정을 짤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석유가격 안정을 위해 부담금을 낮추고 관세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가 급등의 상당부분은 물가로 전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민간소비 여력이 감소하고 기업의 설비투자도 위축될 전망이다. ◆ 전쟁 이후 상황은 여전히 유동적 미.이라크 전쟁이 종결되더라도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의 재정적자 확대와 일본의 경기침체 장기화로 세계시장 수요가 회복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호인 재경부 경제분석과장은 "세계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구조적인 요인들은 여전히 남아있다"며 "미국은 인위적인 경기부양으로 어느 정도 민간소비를 유지하고 있지만 유럽과 일본이 미국의 경기회복만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 전쟁 후에도 세계 경기가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