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신(新)보도지침

전두환 정권 시절인 1986년 월간 '말'지는 당국에서 언론사에 내려보낸 소위 '보도지침'을 폭로해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공보처와 안기부가 작성한 이 보도지침은 매일 언론사에 전달됐는데 특히 시국관련 사건 보도의 경우엔 기사의 크기를 지정하고 제목과 면배정까지도 관여할 정도였다. 일종의 보도통제 가이드라인이었던 셈이다. 5공시절의 보도지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요즘 '신(新)보도지침'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언론주무 부처인 문화관광부 이창동 장관이 부처별 기자실 폐지와 기자들의 방문취재 금지,그리고 취재실명제와 취재에 응한 후 상부보고를 의무화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언론간의 유착관계를 끊고 어느 정도의 긴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그 이유를 둘러댄다. 기존의 취재관행을 단번에 바꿔 버리자는 발상인 것 같은데 언론관계자들은 물론 학계에서도 이 장관의 발상에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기자들이 갹출해 운영하는 기자실 문제만 해도 취재편의를 위한 것이지 과거처럼 배타적인 공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의 '알권리'를 아랑곳 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 장관은 대안으로 미국의 브리핑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과연 활성화될지는 의문이다. 관리들의 자기보호 본능이 강한 우리 현실에서 유리한 부분만을 공개할 게 뻔해서 이다. 미국은 겉보기와는 달리 취재원과의 접근이 용이한 편이어서 고위관리들을 상대로 한 취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미국은 연방수정헌법 제1조에 '언론의 자유'를 명문화할 정도로 언론자유는 모든 자유에 우선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지 못하도록 아예 못박아 놓은 것이다. 워터게이트 사건 이후에는 '정보자유법'을 강화해 고급공무원 정치인 등의 공적관련 활동에 대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고 있기도 하다. 우리는 분명 미국과 풍토가 다른데도 외양의 제도만 도입하겠다는 발상은 문제가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의 감시기능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른 제도의 도입은 갈등만을 야기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