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공격'] (해외전문가 긴급대담) "경기 불투명"
입력
수정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를 지냈던 로렌스 마이어 국제전략연구소(CSIS) 연구위원은 19일 미국이 단기간에 승리를 거두더라도 불확실성 제거로 인한 경제의 긍정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11월 미국정부는 한달 정도의 단기간에 승리를 거두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전제로 올 미국 경제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0.5%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같은 전망이 지금도 유효한가.
"당시는 전쟁이 1월께 터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쟁 논의가 길어지면서 3개월이 더 지났다.
그 사이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증시도 부담을 받았다.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서 전쟁조기 종료로 인한 불확실성 제거효과가 상쇄됐다.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소비나 투자심리가 회복되겠지만 작년 11월에 전망했던 것처럼 성장률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상반기엔 2%의 낮은 성장이 예상되고 하반기에는 반등, 연간으론 3.25%의 성장이 기대된다.
전쟁 조기 종료의 부대효과인 0.5%포인트를 얹고 싶지 않다."
-낙관적인 전쟁시나리오를 전제로 할 때 기업들의 투자는 확대될 것으로 보는가.
"기업들도 소비자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를 짓눌러온 불확실성이 없어지면 소비자들은 소비를 늘리고 투자자들은 주식 매입을 늘릴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업들도 자연스럽게 투자를 확대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에게 48시간의 최후통첩을 했던 지난 17일 뉴욕증시가 폭등했다.
어떻게 해석하는가.
"전쟁이 미국 및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세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은 그중 단기간에 미국이 압도적으로 승리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확신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전쟁이 어떻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시장이 항상 앞서가는 것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낙관하는 듯 하지만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낙관적인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고 하더라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날(Bad Days) 이 계속될 수 있다.
낙관적인 시나리오 속에 감춰진 낙관적이지 않은 잠재적 결과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세 가지 시나리오중 비관적인 시나리오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설명해 달라.
"전쟁이 6~12주간 지속되고 이라크 유전이 일정한 피해를 보는 중간단계(Intermediate)의 가정이 현실화되면 미국경제는 올해 1.7%포인트의 하향압력을 받게 된다.
이라크 유전이 국지적 피해를 입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이 더디게 이뤄지는 경우가 해당되는데 전문가들은 현실화될 가능성을 30-40%로 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쟁이 3개월을 넘기면서 인명 및 이라크 유전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는 최악(Worst) 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 경우 미국 경제성장률은 4.5%포인트 떨어지고 실업률은 7.5%로 올라가게 된다.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 확률은 5~10%에 불과하다."
-FRB가 전쟁을 앞두고 단기금리를 조정하지 않았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것인가.
"전쟁양상을 예단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하면 된다.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정책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FRB는 정책결정의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은 것이다."
-한국이나 일본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는가.
"낙관적인 시나리오의 경우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전쟁이 6주 이상 계속되는 비관적인 쪽일 경우 원유를 전량 수입하고 있는 일본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게다가 일본은 금융이나 재정 정책에 여유가 없어 대응능력도 약하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영향권에 들어간다.
다만 한국정부의 정책수단은 일본보다 나은 편이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