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공격'] 강대국들 '석유 전쟁'

이번 전쟁에는 이라크 석유 이권을 둘러싼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강대국들의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 강대국들은 마지막 남은 '지구상 최대의 에너지 보고' 이라크의 석유유전을 확보하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다. 현재 이라크 유전개발 사업은 프랑스 러시아 중국의 석유회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형편이다. 192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과 영국의 석유회사들이 이라크 원유를 장악했으나 1972년 이라크의 석유 국유화를 계기로 기득권을 잃었다.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로는 미국 영국과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 이라크 정부가 의도적으로 프랑스 러시아 등의 석유회사들에만 특혜를 부여, 약 2조달러 규모의 유전 개발권을 이들 국가에만 배당했다. 영국이 사담 후세인 정권 축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석유 이권에서 영영 배제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 영국이 승산이 높은 이라크 전쟁을 적극 지원, 다시금 일정 부분의 이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스페인도 비슷한 입장에서 이번 전쟁을 바라보고 있다. 미국측이 승리하면 자국의 석유개발 회사 에프솔YPF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도록 측면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프랑스 러시아 독일 중국 등은 현 이라크 지도부가 교체되면 현 정권과 체결한 석유 관련 계약들이 무효가 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을 끝까지 반대했던 데는 이같은 불안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AFP통신은 "이라크 전쟁이 끝나면 미국의 엑손모빌과 영국의 로열더치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등은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현재 이라크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의 토탈피나엘프 등은 향후 유전개발의 계약 단계부터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최근 "친미 성향의 이라크 반체제단체인 이라크국민회의(INC) 아흐메드 샬라비 의장이 지난달 워싱턴에서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3개 미 석유회사 중역들과 이라크 석유 분배문제를 비밀리에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번 전쟁으로 후세인 대통령이 축출되면 이라크의 석유이권은 미국과 영국계 석유회사들의 품에 돌아갈 것이 분명해진다. 대신 프랑스 러시아계 석유회사들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LA타임스는 "전쟁으로 파괴된 각종 석유산업 기반시설의 복구, 낙후된 유전시설의 재정비, 각종 장비의 제작.공급 등 다양한 관련사업에도 미국과 영국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핼리버튼과 쉴럼버거 등 석유개발회사가 15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유전 개발권을 따낼 것이라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또 사담 후세인 정권이 유전시설을 불태울 경우 벡텔그룹이 복구작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말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베이커 휴즈 BJ서비스 웨더포드인터내셔널 등 중소업체들도 석유개발에 참여하기 위해 미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치열한 로비를 벌이고 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