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라크 공격'] 전쟁이후 한국경제 : 경기부양 초점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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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전쟁 이후를 생각할 때다.'
미국.이라크 전쟁 발발은 그동안 세계 경제를 짓눌러 왔던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면에서 한국 경제에도 일단 호재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하지만 전쟁 전개양상에 따라선 경기 침체의 골이 예상보다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특히 한반도에는 여전히 '북핵'이라는 큰 위협이 드리워져 있다.
생산.투자.소비 부진이 당장 회복되기 어려워 경기를 낙관할수 없다는 지적이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이라크전쟁 이후엔 북핵문제가 세계의 주목을 끌 것"이라며 "국내 경제가 더 불안해질 수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들은 전후 상황에 더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단기전은 경제에 호재
경제전문가들은 단기전으로 끝난다면 유가안정 등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회복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후 이라크에 친(親)서방 정권이 들어서면 전후복구를 위한 본격 원유생산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로 급속히 안정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러나 단기전으로 끝나더라도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5%대보다 낮아질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전쟁이 지속되는 동안에는 세계적으로 소비심리가 악화돼 국내 내수와 수출이 모두 둔화될 것"이라며 "전쟁 이후 그만큼 경기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팀장도 "올해 상반기 성장률이 전망치를 크게 밑돌아 정부가 경기를 너무 낙관한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선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 문제는 이제부터
전쟁 충격을 최소화하고 이를 경기회복의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가 물가안정보다 경기부양에 정책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70,80년대가 인플레이션의 시대였다면 지금은 디플레이션이 더욱 우려되는 시점"이라며 "물가를 우려해 통화.재정긴축을 고수하면 고물가와 저성장이 혼재한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접어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해식 금융연구원 국제금융팀장도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 압력은 전쟁이 종결되면 곧바로 사그라질 것"이라며 "정부는 경기부양에 더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불안요인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김주현 부원장은 "여야간 불필요한 갈등이나 지나친 기업 규제는 가뜩이나 움츠러든 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동철 팀장도 "무엇보다 정부가 어떤 부분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솔직히 털어놓고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