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4일자) 파병 반대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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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에 대한 논란이 정부의 파병 결정에 따라 더욱 가열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살인사건 범국민대책위'등 시민단체들이 서울 광주 대전 등에서 '반전 평화 촛불 대행진'을 벌였다. 이들이 내건 피켓 중에는 '학살 도우미 노무현을 전범재판소로' 등 도를 넘어선 것들도 결코 없지 않았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비난하는 집회나 시위가 여러 나라 주요 도시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의 반전시위도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 대한 한국인들의 시각은 프랑스 사람이나 독일인들의 그것과는 다른 점이 있어야 한다.
북한핵 이후 미묘하게 돌아가고 있는 한·미관계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국익을 위해 파병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은 냉정히 말해서 '우리들의 우울한 현실'을 말해주는 일면이 있다.
파병을 하면서 굳이 우리 이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한다고 말한다는 것은 미국정부 입장에서 보면 기대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게 자명하고,결국 파병의 의미와 효과도 반감시키는 꼴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그런 대국민 담화문을 내놓지 않을 수 없었던 배경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국론이 갈라져 팽팽히 맞서있는 오늘의 우울한 현실이 없었다면 파병을 하면서 생색도 나지않을 '말'을 해야 할 까닭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한 나라의 대외적인 의사표시나 행동은 그것이 어떤 명분으로 포장돼있든 간에 근본적으로 국익이 바탕이다.
또 국익은 냉정한 현실판단이 기초가 돼야할 것 또한 당연하다.
이라크전쟁에 우리 병사들을 보내는 문제도 그런 시각에서 판단해야 한다.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대한 반전 시민단체들의 비난은 그 나름의 논리가 있다.
유엔 안보리의 무력사용 결의가 없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또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그런 논리나 인도적 차원의 주장이 국가이익에 우선할 수는 없다.
이라크전쟁은 현실이고, 북한핵 등 우리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을 슬기롭게 풀려면 한·미공조 강화 외에 달리 대안이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라크전쟁이라는 기정사실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한·미공조 강화를 위해 보탬이 될 것인지는 길게 말할 필요도 없다.
주한미군 철수·감축논쟁을 가져온 촛불시위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됐고, 결과적으로 대통령의 외교적 행동 반경만 제약하게 될 반전시위도 자제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