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영화 '시카고' 6개賞 돌풍 .. 제75회 아카데미 시상식

롭 마샬 감독의 뮤지컬영화 '시카고'가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등 6개부문 상을 휩쓸었다.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는 감독상 등 주요 부문 3개상을 받았다. 미국 영화예술과학 아카데미(AMPAS)가 24일(한국시간) 할리우드 코닥극장에서 개최한 제75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시카고'는 작품상을 비롯 여우조연상(캐서린 제타 존스)과 의상·미술·편집·음향상 등을 수상했다. '시카고'는 1920년대 시카고의 쇼걸들을 내세워 추악한 인간욕망을 파헤친 작품으로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많은 13개 부문상 후보에 올랐었다. 나치의 학살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실존 인물의 경험을 다룬 '피아니스트'는 감독상(로만 폴란스키) 남우주연상(애드리언 브로디) 각색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이 작품이 관행을 깨고 아카데미에서도 주요 상을 받은데다 25년 전 아동 성추행 혐의로 미국에서 추방 명령을 받은 폴란스키가 감독상을 거머쥔 것은 이번 영화제의 최대 이변으로 꼽혔다. 여우주연상은 '디 아워스'에서 버지니아 울프 역을 열연한 니콜 키드먼에게 돌아갔다. 남우조연상은 '어댑테이션'의 크리스 쿠퍼가 차지했고 오리지널 각본상은 스페인의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음악상은 에미넴의 랩이 담긴 '8마일',작곡상은 멕시코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의 인생을 그린 '프리다'가 받았다. 또 촬영상은 1930년대 갱영화 '로드 투 퍼디션'이 차지했고 미국내 학원 총기폭력의 실상을 고발한 '보울링 포 콜럼바인'은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명작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원로배우 피터 오툴은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일본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할리우드의 경쟁작들을 물리치고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아 또 하나의 이변을 낳았다. 세계적인 흥행몰이에 성공한 '반지의 제왕-두 개의 탑'은 음향편집상과 시각효과상 등 2개부문 상을 받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올 아카데미영화상은 이라크전쟁으로 인한 반전 여론으로 당초 예정보다 규모가 축소돼 치러졌다. 영화제의 꽃인 붉은 카펫 행사가 취소됐고 많은 참석자들이 단정한 검은색 복장으로 통일했다. 다큐멘터리 '보울링 포 콜럼바인'의 제작자 마이클 무어는 수상 소감에서 "부시 대통령, 전쟁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애드리언 브로디는 "영화를 찍으면서 전쟁의 폐해를 알게 됐다"며 "아무쪼록 전쟁이 속히 매듭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