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 만기CP 상환 재촉 .. 카드債위기 또 오나

투자신탁운용회사들이 만기가 돌아온 카드사의 CP(기업어음)에 대해 앞다퉈 상환을 요구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만기 연장"을 요청하고 있지만 펀드환매(자금인출)로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투신사들은 어쩔수 없다는 입장이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수면밑에 잠복했던 카드채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잇따르는 CP 상환요구 투신사들이 보유한 카드채(CP,ABS 포함)규모는 2월말현재 25조4천억원이다. 이 가운데 CP가 10조4천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카드사가 발행한 CP(20조4천억원)의 절반에 이르는 규모다. 카드사가 발행한 회사채는 오는 4월 이후 만기가 돌아와 시간여유가 있는 편이다. 그러나 3개월 만기인 CP는 상환기한이 도래하고 있다. CP 발행 등으로 단기자금을 조달해 현금서비스나 카드론을 해온 카드사들은 투신사의 CP자금 회수가 지속될 경우 영업에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카드사들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은행권에 카드채와 CP의 만기연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투신사의 신탁펀드는 고객재산이어서 금감원이 개입할 수 없다. 투신협회 관계자는 "카드사 CP의 만기연장 여부는 투신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 "자금사정 등을 고려할 때 대부분이 만기상환을 요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카드사 자금담당 관계자들은 투신사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투신사들은 "우리사정이 더 급하다"며 상환을 재촉하는 상황이다. ◆외면받는 카드채 이달 19일 이후 카드채는 헐값이긴 했지만 조금씩 거래되고 있다. 24일엔 삼성카드가 7백억원규모의 카드채를 발행한 것으로 알려지자 일각에선 카드채 위기가 진정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투신사를 비롯한 상당수 채권시장 참여자들은 카드채 위기는 잠복상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동원투신 황보영옥 채권팀장은 "최근 이뤄진 카드채 거래는 일부 투신사의 사모(私募)펀드에서 고객요구에 따라 카드채를 헐값에 매도한 것"이라며 "카드채 거래가 정상을 되찾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연기금들은 최근 각 투신사에 "펀드에 편입된 카드채 카드CP 등을 빠른 시일 내에 빼고 만기가 도래하면 무조건 상환해달라"는 주문을 보내고 있다. 연기금 뿐만 아니라 일반법인 및 개인고객도 카드채 편입 펀드를 거부하고 있다. 김찬주 세이에셋자산운용 이사는 "연체율이 계속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카드채권을 매수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밝혔다. ◆시급한 수급대책 투신사들은 정부가 카드채나 CP 등을 소화해줄 수급대책을 조속히 내놓지 않을 경우 카드사의 자금압박이 심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투신업계는 카드채를 소화해줄 수급대책으로 CBO(채권담보부증권)발행이 현재로선 유일한 대책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발행된 카드채를 기초자산으로 신용도를 높여 새로운 우량채권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하지만 카드사 대주주,투신·증권사,정부 등 신용보강의 주체로 거론되는 3자 모두 지급보증을 꺼리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