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밀레니엄 포럼] 참여정부의 공정거래정책 : 토론내용

강 위원장은 주제 발표에 이어 참석자들과 시장 개혁의 구체적 과제에 관한 토론을 가졌다. 토론 내용을 △지주회사제도 △출자총액제한제도 △부당내부거래 조사 △공정거래법 개선 방향 등 주제별로 나누어 정리한다. ■ 지주회사제도 △ 김두식 세종법무법인 변호사 =지주회사제도에 대해 상반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는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 등 경제단체들은 진입 장벽을 낮춰 실효를 높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강 위원장 =지주회사가 잘못 운영돼 재벌구조의 폐해가 되풀이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런 관점에서 법에 나와 있는 요건뿐 아니라 지주회사의 자금조달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집중 검토할 생각이다. 계열사간 상호출자를 통해 얽히고 설켜 있는 관계를 단순하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 김일섭 이화여대 부총장 =지주회사제도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현 지주회사제도는 재벌 제도를 인정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 강 위원장 =그렇기 때문에 보다 신중하게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법상 요건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김 부총장의 지적대로 될 가능성이 크다. △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최근 공정위 발표자료를 보면 '기업집단이 지향해야 할 지배시스템을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3∼5년 시계하에 단계별 전략을 구상할 것'이라고 돼 있다. 어떤 뜻인가. △ 강 위원장 =말 그대로 아직은 구상단계다. ■ 출자총액제한제도 △ 안 위원 =공정위가 최근 부채비율이 1백%를 밑도는 대기업그룹에 대해서는 출자규제 적용대상에서 제외시키기로 한 조항을 삭제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을 빚고 있다. 특정그룹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법의 일관성 면에서도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있다. △ 강 위원장 =부채비율과 출자총액을 연결짓는 것은 논리가 맞지 않는다.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재무구조가 개선돼 좋은 것이지만, 기업집단을 연결하는 순환출자하고는 꼭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다. 예외조항에 문제가 있다면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결코 특정기업을 염두에 두지는 않고 있다. △ 김 변호사 =현행 출자규제는 해외기업들과의 역차별 문제를 낳고 있다. 강 위원장은 이런 규제를 도리어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출자한도를 25%로 묶어놓고 예외를 많이 인정하는 것은 문제다. 대신 한도를 높이고 예외는 줄이는 쪽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 강 위원장 =좋은 제안이다. 한도는 높이고 예외는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 보겠다. 현행 틀을 유지한다고 한 것은 상호출자는 많이 없어졌지만 아직도 순환출자를 통해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구조가 남아 있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이런 구조가 공정경쟁을 해치고 있다. ■ 부당내부거래조사 △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 부원장 =정부가 바뀔 때마다 대기업들에 대한 부당내부조사가 되풀이돼 기업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조사가 반복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 △ 강 위원장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공시를 하게 돼 있는데 기업들이 잘 해주면 공정위도 상당히 평가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공시도 안하고 숨기니까 의심스러워 조사에 들어가는 것이다. 실제로 혐의가 포착되고 있고 신고도 많이 들어온다. △ 김 변호사 =부당내부거래 조사후 과징금을 부과하면 소송이 제기되는 등 항상 문제가 생긴다. 조사방법이나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 조사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강 위원장 =본인이 근무하는 동안엔 정치적 목적에 좌우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 신상민 한경 논설주간 =검찰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SK그룹 경영진을 배임혐의로 걸었다. 그런 식으로 한다면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은 '핫바지'가 되는 것 아니냐. △ 강 위원장 =경제사건은 사기.절도 사건과 다르다. 공정위가 먼저 검토해서 행정조치로 끝낼수 있는지 보고 형사처벌이 필요하다면 고발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 ■ 공정거래법 개선 △ 김 부총장 =새 정부는 경제의 공정성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경제의 활력이나 기업의 자율성엔 관심이 덜한 것 같다. 공정성을 추구하되 시장의 활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배려가 필요하다. △ 강 위원장 =정부의 각종 보고서에 '공정성'이 너무 강조된다는 지적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국무회의 등 정부의 여러 회의에서는 경제에 어떻게 활력을 불어넣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더 관심있게 토론되고 있다.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 박상용 연세대 교수 =공정거래법이 만들어진지 22년 됐다. 이 법은 그동안 공정 촉진보다는 재벌들의 경제력 집중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그러나 경제력 집중은 오히려 심화됐다. 규제철학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직접적 규제는 완화하고 대신 소비자나 투자자 권리를 강화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 △ 강 위원장 =좋은 지적이다. 소비자와 투자자의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공정거래법상 손해배상 청구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과 함께 공익소송제 등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