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 비즈 와이드] 인재경영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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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중동지역에서만 벌어지는 게 아니다.
기업 세계는 상시 전쟁 체제다.
경쟁자를 물리쳐야 회사가 살아남기 때문이다.
국내 업계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것은 "핵심 인재 확보 전쟁(War for talents)"이다.
이 전쟁은 4대그룹이 앞장서 치고 나가고 있으며 중견,중소기업들은 아직은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궤도 오른 인재 확보 경쟁
인재 확보 경쟁이 국내에서 이슈가 된 것은 지난 99년께부터.
21세기 새로운 성장동인을 찾아야 하는 시점에서 기업들은 '사람'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기술도 영업도 생산도 한계에 봉착했다는 걸 절감한 직후였다.
그러나 실제로 기업들이 핵심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에서까지 스카우트전을 벌인 것은 지난해부터로 볼 수 있다.
삼성 LG 현대·기아차 SK 등 4대그룹의 주요 계열사 사장들이 '만명을 먹여살릴' 인재를 뽑아오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
전문가들은 4대그룹의 경우 올해까지 이 경쟁이 계속되고 내년 이후에 중견·중소기업들도 합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4대그룹의 인재 포트폴리오
지난해 노력을 기울인 4대그룹은 스카우트한 핵심인재들을 사내 주요 포스트에 포진시키며 새로운 인재 포트폴리오를 구성해가고 있다.
삼성은 전자 증권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지난해 3백여명의 핵심인재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에서 영입한 인물 가운데 TI(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CTO(최고기술임원) 출신인 오영환 부사장(컴퓨터사업부장)과 루슨트테크놀로지 부사장 출신인 전명표 부사장(디지털솔루션 센터장)이 눈에 띈다.
여성 인력 가운데는 다음달부터 제일모직에서 근무할 이정민 상무보가 주목된다.
34세인 이 상무보는 이탈리아로 유학을 갔다가 해외 명품 브랜드(루이자 베카리아) 수석디자이너까지 거친 인물.
LG는 지난해 주요 계열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북미지역 해외 우수인력 유치단'을 통해 MBA 1백여명,연구개발(R&D) 분야 석·박사 인력 2백여명 등 모두 3백여명의 글로벌 인재를 확보했다.
획기적인 연구 성과로 '대박'의 기대를 채워줄 이공계 인재는 화학 전자 등 주요 계열사에 고루 배치돼 있다.
LG화학 기술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손세환 박사는 일리노이대에서 재료공학을 전공하고 AT&T연구소에서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차세대 디스플레이용 핵심소재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과장급 대리급에도 핵심인재들이 적지 않다.
포항공대 생산공학 박사 출신인 정재훈 과장(LG CNS IT연구소)과 미국에서 MBA를 마치고 모니터 마케팅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LG전자의 이정석 대리는 벌써부터 차세대 인재로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세계 5대 자동차 메이커 도약을 목표로 해외인재 유치에 나서고 있다.
올초 사장으로 승진한 미국법인 KMA의 피터 버터필드 씨는 볼보와 포드에서 판매전문가로 활약하다 지난 2001년 기아에 수석부사장으로 영입된 케이스.
SK그룹도 매년 30∼40명의 MBA급 고급인력을 충원해 글로벌인재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여성인력에 대해서도 파격적인 육성계획을 준비 중이다.
그룹내 대표적 여성인재인 SKC&C 권정미 부장의 경우처럼 해당업계 리더를 기른다는 계획이다.
권 부장은 미시간주립대학 전산학을 전공하고 미 록히드사에서 데이터 관련 업무를 담당한 IT전문가다.
◆내부 육성 전략 병행
대기업들은 스카우트 일변도에서 내부 육성 전략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예전의 인재확보 시스템이 내부에서 키워가며 하나씩 탈락시키는 '깔때기 모형'이었다면 작년에 유행한 스카우트는 낚시 혹은 그물형 채용 전략이었다.
이것이 한걸음 더 나아가 내외부에서 고루 뽑고 육성에 초점을 맞추며 전문경영층의 풀(pool)을 만드는 '로터리 모형'으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다.
LG를 예로 들면 △대리∼부장급을 대상으로 한 16개월 과정의 글로벌이규제큐티브MBA △과장∼부장급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주말교육으로 실시하는 1년짜리 과정인 LGMBA △10년차 이상 관리자를 대상으로 아시아와 미국에서 수학하는 1년 과정의 APEMBA △연구개발 인력 핵심인재 양성을 위한 테크노MBA 등을 통해 사내에서 핵심인재를 기르고 있다.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지난 95년 영국 베어링그룹은 핵심인재 한 사람을 잘못 써 파산했었다"며 "인재 재편에 리스크가 적지 않고 스카우트된 사람들의 실적도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내부 육성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