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뒷물과 앞물의 조화

상하이에서 양쯔(揚子)강 상류쪽으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장자강(張家港) 포스코공장.박태준 명예회장이 지난 주말 이곳을 찾았다. 공장 내부로 들어서는 박 회장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그는 거수경례하는 중국 현지 직원들에게 일일이 거수경례로 답했다. 그들보다 더 절도 있는 동작이다. 그는 가지런히 포장돼 있는 제품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76세 고령의 얼굴에 '소년의 미소'가 피어난다. 공장을 나서던 박 회장은 출구에 마련된 방명록 앞에서 붓을 잡았다. 그는 '無條件感激(무조건 감격)했다'라는 글을 남겼다. 감격 이유를 묻는 질문에 그는 "옛날 포철이 여기에 그대로 있다"며 "그들이 이 땅 중국에서 포철 신화를 일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후배들이 자랑스러워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장자강 포스코공장은 철강분야 중국 최대 합작공장이다. 1997년 영업시작 1년 만에 흑자를 기록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포스코공장에 힘입어 지금 인근에 대규모 철강단지가 건설되고 있을 정도다. 중국이 박 회장을 정책 고문으로 받드는 이유 중 하나다. 박 회장은 1박2일 간 동행한 기자에게 '세대 교류'를 부쩍 강조했다. 그는 "20∼30대 왕성한 에너지를 폭발시키려면 예전 우리가 이룩한 경제성장 과정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구세대의 경험과 지혜를 배워야 한다는 얘기다. 그의 말에서 '장강(長江)의 뒷물이 앞물을 민다'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젊은 세대가 구세대를 밀치고 새 주역으로 등장한다는 뜻.그러나 '앞물이 없다면 어찌 뒷물이 있겠느냐'는 게 박 회장의 생각이다. 앞물이 길을 잡고,뒷물이 힘껏 밀 때 비로소 하나의 강물이 이루어진다는 설명이다. 포스코 후배들이 선배들의 경험을 살려 중국 땅에서 또 다른 제철소를 만들 듯 말이다. 뒷물이 앞물을 덮치는 것은 홍수 때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박 회장은 이라크 전쟁 파병문제,북한 핵 문제,미국과의 갈등 등으로 세대간 반목이 심한 지금 '세대와의 대화'를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수평선 너머로 유장하게 흐르는 양쯔강을 한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