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카드채 대책 이것으로 충분한가

정부는 금융정책협의회를 열어 신용카드사 증자규모를 당초 2조원에서 4조6천억원으로 대폭 확대하는 한편,투신사가 보유한 카드채 매입을 지원하기 위해 5조원의 브리지론을 조성하는 내용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증자 후순위채발행 등을 중심으로 한 카드사 유동성 대책을 발표한지 불과 2주만에 또다시 대책이 나온 것은, 현재의 금융시장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과 함께 지난번 대책이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점을 반증하고 있다고 하겠다. 당장 카드채 거래중단으로 인해 극도로 경색된 채권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이번 추가대책은 어쨌든 불가피하다. 그러나 관계당국자의 말처럼 "이번 대책이 금융시장 불안요인 확산을 차단하고 조기에 안정을 되찾게 할 것"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설령 계획대로 브리지론을 동원해 상반기중 만기도래하는 10조4천억원에 달하는 카드채의 절반을 상환하고 나머지는 만기연장한다고 해도,투신사에 대한 MMF 환매요구가 계속되거나 카드사 경영이 기대하는 대로 빨리 개선되지 않을 경우 금융시장의 불안심리가 가라앉기는 어렵다. 채권시장 안정기금 조성이 결과적으로 방만한 경영에 따른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런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도 과연 현재의 금융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지 솔직히 말해 우리는 의문이다. 정부는 난립한 카드사의 통폐합은 물론이고 자체적으로 환매요구를 감당할 여력이 전혀 없는 투신권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구조조정의 칼을 댐으로써 금융불안 재발을 방지하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옳다. 현재 회사채 기업어음(CP) 외에 자산담보부채권(ABS) 은행차입까지 합하면 카드사 총부채가 88조8천억원에 달하는 만큼,과당경쟁과 무분별한 카드남발을 방치할 경우 언제 다시 위기를 초래할지 모를 일이다. 또한 4조6천억원의 증자가 순조롭게 이뤄진다고 해도 이는 결국 금융계열사의 부실을 주주기업들이 떠안는 꼴인데,이는 선단식 경영을 막기 위해 계열사 출자 및 상호지급보증 등을 규제해온 정부정책과 상반되는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공적자금을 투입해 간신히 금융경색을 벗어났는데 카드채를 비롯한 가계대출 부실로 인해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으니 정말 답답한 노릇이다. 정부당국은 구조조정을 포함한 근본적인 금융불안 재발 방지책을 다각도로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