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한국을 디자인하자 .. 金暎世 <이노디자인 사장>

순수 한글로는 번역이 쉽지 않은 '디자인(DESIGN)'이라는 단어의 어원은 'making change',즉 변화의 추구를 의미한다. 이는 현재의 형태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많은 상황들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많은 새로운 일들이 시작되고 있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각계각층의 세대교체가 대표적인 사례다. 뿐만 아니라 이라크전 등 국내외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서 국민들의 정서가 흔들리고 있는 듯하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와 국민들은 침착하게 변화의 추구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 또한 변화를 위한 변화의 추구가 아니라 현재보다 진일보할 수 있는 해결점을 찾아내는 발전적인 변화의 추구가 돼야 하며,과거의 관행과 조건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길을 찾아내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외국에서 살고 있는 필자는 고국에 자주 오면서 최근 수년동안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자면 △새로운 선진문화가 정착하는 듯하면서도 매우 토속적인 문화에 지배받고 있는 현실 △신세대의 외모 속에서도 잘 변화하지 않는 진부한 생각들 △인터넷을 통해 해외정보에 민감한 것 같으면서도 국내 위주의 관심과 화제 속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모습들,그리고 △영어와 같은 외국어 교육에는 열을 올리면서도 외국문화 또는 외국인들을 이해하려는 진정한 노력이 부족한 생활 습관 △해외 수출비중이 큰 세계적인 대기업들 속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비개방적 기업문화,개성이 강한 듯하면서도 천편일률적 유행을 무감각하게 추종하는 젊은이들 △값비싼 호화 사치품들을 '명품'이라며 무조건 선호하는 소비문화 등 '변화'라고만 말하기에는 매우 혼돈스러운 모습들을 자주 보았다. 이와 같은 혼돈 속에서는 발전을 의미하는 변화의 추구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변화의 추구를 의미하는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한편으로는 기획된 질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발전을 의미하는 진정한 변화는 어떻게 이룰 수 있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러한 변화는 진실성과 창의성에 기초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칙에 맞아야 하고,공평 타당성을 가져야 하며,복합적인 문제를 하나씩 풀어나갈 수 있는 창의적인 사고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디자인'의 프로세스는 문제점의 발견에서부터 해결점의 제안과 실행까지다. 예컨대 휴대폰과 같은 상품 디자인을 진행할 때 디자이너들은 사용자의 입장이 되어서 불편한 점이나 부족한 점을 관찰해 발견한 후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창의적인 해결안을 제시, 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상품 디자인과 비교할 때 한 국가를 디자인한다는 생각은 너무 엄청난 규모이므로 별로 실감이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를 정확히 분석하고 창의적인 발상으로 새로운 모습들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출발점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은 발전적인 변화의 추구에 가장 절실한 도구이며,또한 진실성에 기초를 두는 자세는 현재를 가장 정확히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이라는 단어는 이제 많은 한국인들에게 친숙해져 있다. 물건을 살 때도 디자인을 따져보고,옷을 입을 때도 디자인에 신경을 쓴다. 타고 다니는 자동차의 디자인도,일하는 직장의 인테리어나 가구디자인도 모두 중요하다. 특히 신세대들은 그들이 사용하거나 착용하는 상품들의 디자인을 통해 자기 자신을 표현하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상품의 선택을 통해서 추구하고 있다. 마치 훌륭한 디자인이 소비자를 만족시키며 소비자들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듯이 디자인적인 사고방식에 기초를 둔 국민 각자의 변화 추구는 모든 사람에게 새로움을 주게 된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발전적인 변화는 국민 각자의 아이덴티티와 국가의 정체성까지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진실성과 창의성에 기반을 둔 국민들의 힘으로 마치 새 종이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스케치하듯이 한국을 새롭게 디자인할 수는 없을까? yskim@innodesig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