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일자) 제2, 제3의 팩티브를 기대한다

LG생명과학이 자체 개발한 신약 '팩티브'의 미국 FDA 승인 획득은 1백6년에 이르는 국내 제약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쾌거라고 평가할 만하다. 까다롭기로 정평이 난 미국 FDA의 승인은, 단순히 외국 어느 규제기관의 승인이 아니라 사실상 세계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약을 만들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뿐이 아니다. FDA에 신약을 등록한 나라가 전세계에 걸쳐 미국을 비롯 영국 독일 일본 등 10여개국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도 팩티브의 승인획득이 갖는 의미를 읽을 수 있다. 한마디로 우리의 신약개발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자신감을 갖게 한 일대 사건인 셈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세계시장에서 통용되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나라를 진정한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평가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소요자금 회수기간 성공률 위험도 등의 측면에서 신약개발만큼 원래의 '연구개발'개념에 꼭 들어맞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연간 수백억원이 들어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고 적어도 10년은 지나고서야 신약 1개가 나올까말까 할 정도다. 게다가 현지시장에 진출하려면 까다로운 규제기관의 승인을 거쳐야 하니 그 사이 숱한 우여곡절이 있을 것임은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팩티브 개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91년 개발에 착수했으니 FDA 승인까지 무려 12년이 걸렸다는 계산이 나온다. 연구에 착수한지 3년만에 신약후보 물질 발굴에 성공했으나 문제는 수억달러가 소요되는 임상실험이었다. 다국적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로 이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FDA에 승인신청을 했지만 유보되는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 향후 10년간 올릴 수 있는 수익이 1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되는 신약 팩티브는 이런 인내와 우여곡절 끝에 나온 것이다. 앞으로 이런 성공사례가 더 나와야 한다. 다국적기업이 개발한 오리지널 약을 모방,판매하거나 건강식품을 만드는 것이 아직은 대다수 국내 제약사의 현실이다. 대단한 각오가 없으면 안되는 것이 신약개발이지만 이번 LG생명과학의 팩티브처럼 자신있는 분야에 특화하면 결코 불가능한 일만도 아니다. 정부로서도 이번 신약개발 과정을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특히 국내 제약사들로서는 비용과 인력을 감당키 어려운 임상실험 등 신약개발을 어렵게 하는 환경을 개선하는데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이번 쾌거를 계기로 제2,제3의 팩티브가 속출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