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KOREA] 제3주제 : (22) EU 집행위 R&D 본부

[ 유럽 연구개발 센터 'EU 집행위 R&D 본부'] '첨단과학은 미국, 문화.예술은 유럽'이라는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과학분야 선두 자리를 미국에 내줬던 유럽이 대대적인 통합 프로그램 깃발 아래 반격을 서두르고 있다. '과학기술에서 밀리면 미래는 없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유럽연합(EU) 공동 R&D 활동의 심장부인 EU 집행위원회 연구개발(R&D) 부문. 중서부 유럽 특유의 어둡고 습기 많은 날씨 속에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자리잡은 EU 집행위원회 연구개발부문 본부를 찾아갔다. 11층 높이에 옆으로도 길게 뻗어 완만한 곡선 형태로 휜 건물엔 모두 15개국에서 파견된 총 1천명이 넘는 연구원과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이 본부에서는 직접 연구를 진행하기 보다는 유럽 각국 정부 및 주요 연구소들과 연락을 취하며 공동 연구과제를 선정하고 방향을 정하며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 EU지역 공동 R&D의 핵심 싱크탱크이자 브레인인 셈이다. EU 집행위원회 R&D 본부에는 가볍게 흥분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새롭게 출범한 제6차 과학기술개발 프로그램(the 6th framework programme) 때문이었다. EU가 처음 과학기술개발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은 지난 1984년. 2002년 하반기 제5차 일정을 마치고 지난해말 부터 제6차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6차 프로그램에는 총 1백75억유로의 예산이 책정됐다. 제5차 시기에 비해 17% 늘어난 것이다. '마리퀴리 프로그램' 등 유럽 내부의 유기적인 통합을 위한 프로그램도 새롭게 출범했다. 물적 제도적 토대를 마련한 만큼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본부 안에 가득했다. 이와 관련해 EU 집행위원회 R&D 부문의 수장인 필립 뷔스캥 연구담당 집행위원은 "R&D에 관한 한 유럽을 한 블록처럼 연결하는 '유럽연구개발지역(ERA)'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5차 프로그램까지는 유럽 각국간 협력 분위기를 조성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6차 프로그램에선 실질적인 결실을 맺겠다"며 "특히 긴밀한 공동 연구를 통해 R&D에 관한 한 EU 전체를 한 나라처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집행위는 집중 연구할 7대 과제도 선정했다. △보건 유전공학 생명공학 등 바이오테크놀로지(BT) △정보기술(IT) △나노테크놀로지(NT) △우주항공(ST) △식품품질 및 안전 △지속가능한 개발과 생태시스템 △유럽의 시민.사회시스템 관리에 대한 연구 등이 그것이다. 예산 비중으로는 IT가 선두이며 바이오테크놀로지, 지속가능한 개발 및 생태시스템,나노테크놀로지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에 대해 R&D 부문 국제협력담당자인 미셸 클레선스 박사는 "예산 총액은 IT 부문이 여전히 높지만 IT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8년째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으며 바이오테크놀로지의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는 또 '유럽연구개발지역(ERA)' 외에 또 한가지 중요한 과제를 설정했다. 2010년까지 EU 전역의 R&D 비율을 각국 국내총생산(GDP)의 3% 선으로 끌어올리자는 '2010-3% 목표'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EU 역내 평균 R&D 지출은 GDP의 1.9% 수준. 미국의 2.7%, 일본의 3%에 비해 뒤떨어진다. EU는 이러한 목표 실현을 위해 각국 정부와 지역 내 기업들을 설득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R&D 본부 관계자는 "3%라는 목표가 실현되면 유럽의 사회 환경 보건 등의 수준이 올라가고 장기적으로는 성장률과 고용도 개선될 것"이라면서 "EU는 유럽에 기반을 둔 기업은 물론 세계 기업들에도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U를 전세계의 R&D 메카로 키우기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가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 협찬 :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포스코 ] 브뤼셀(벨기에)=조정애 기자 j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