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임금구조 개혁의 당위성..金仲秀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경제개혁의 목표는 시장경제체제의 구축에 있으며,가격기능의 정상적 작동이 개혁의 핵심 개념이라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외환위기를 극복한 경제구조조정 노력 중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것이 노동시장 개혁이었다. 실물 금융 자본시장 개혁에서와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개혁에 있어서도 관건은 시장가격기능의 도입이다. 사람의 노동력을 자본 기술과 같은 다른 생산요소와 동일하게 취급하는 접근방법에 대해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노동력수급 균형이 원칙적으로 노동력 대가인 임금수준에 의해 결정되는 관계를 설정하는 것이 시장경제제도 정착의 첩경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고령화 추세는 급속히 진전되는데 정년제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비자발적으로 퇴출된다든지,인구성장 감소추세로 잠재성장력은 감소하는데 기업 구조조정에 따라 조기퇴직당하는 현상들은 국민복지증진이나 안정성장 기반 유지를 위해 대응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정책과제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 사회적 문제는 새로운 경직적 규제정책의 도입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의 가격기능 정상화로 해결하고자 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가격기능은 자원의 원활한 이동이 전제될 때 효과적으로 작동된다. 경제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유연성 제고가 중요과제로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생산성이 낮은 부문에 고용돼 있는 노동을 생산성이 높은 부문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개별 근로자 후생을 증진시키고 경제성장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생산요소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약하는 제도적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에 경제제도개혁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의 가격기능 정상화와 노동력의 자유로운 이동은 임금구조의 개혁에서 출발해야 한다. 최근 연공서열 위주의 경직된 제도에서 탈피해 업적성과 위주의 탄력적 임금제도인 연봉제를 도입하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 노동시장 유연화의 첫걸음인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연봉제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임금체제의 불완전성을 보완하기 위해 과거 도입됐던 각종 수당 및 인센티브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복잡한 임금구조로 본인의 연봉을 추산할 수 없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총임금에서 기본급의 비중이 50% 수준에 머물고,통상적으로 수령하는 각종 수당을 포함한 정액급여의 비중이 70% 수준인 상황에서는 기본급이나 정액급여를 대상으로 하는 연봉제가 당초의 기대효과를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가격체계에서 시장이 작동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만일 복잡한 인센티브체제가 적정 조세부과의 장애가 되는 측면마저 있다면 이는 인센티브체제를 단순화하는 방향으로의 임금구조개혁 추진의 당위성을 더욱 강화시켜 준다. 임금구조의 개혁은 노동력의 원활한 이동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진입과 퇴출이 자유롭지 못한 여건에서 시장기능이 활성화될 수 없다.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경우,특히 경력직급이나 전문직종의 경우에는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더욱 심각하지만,수평적 노동이동이 현실적으로 제약돼 있는 실정이다. 연공서열적 요소가 포함돼 있는 인센티브는 노동력 이동을 제약하는 요인이므로 이러한 제도를 개혁하는 것은 긴요하다. 부당해고 부당스카우트와 같은 시장질서교란 행위는 규제돼야 한다. 한편 이직과 해고는 동전의 양면과 같으며,피고용자와 고용자가 자신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공무원 개방직 임용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비판과,고령화 사회에서 취업기회 연장을 위해 정년제를 폐지하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을 위해 새로운 규제와 제도를 도입해 노동시장을 더욱 경직적으로 만드는 것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임금구조의 개혁을 통해 가격기능의 정상적 작동과 노동력 이동의 원활화를 촉진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노동력의 수평적 이동관행이 정착되도록 기반을 정비하는 것이 시급한 일이다. chs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