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부처 'NGO 모시기' 열풍 .. 막강해진 시민단체

정부 부처마다 '시민단체 모시기' 바람이 불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과정에서 비정부기구(NGO) 인사들의 영향력이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하게 작용한데 이어 청와대에서 국세청에 이르기까지 핵심의사결정기구나 위원회 등에 시민단체 관계인사들이 잇따라 초빙(?)되고 있다. 정부의 이같은 기류에 편승, 그동안 NGO들과 담을 쌓고 지냈던 경제부처들이나 법조등도 '시민단체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9일 농림부에 따르면 농민단체인 WTO국민연대로부터 국제무역기구(WTO) 농업협상 NGO 대표로 추천을 받은 장원석 단국대 교수가 2급직 정책보좌관이나 장관 자문역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농림부 관계자는 "WTO 지침이나 국제 관행상 정부 대표 외에는 협상 테이블에 참석할 수 없다"며 "지난 3월말 경제장관회의에서 장 교수를 공무원 신분으로 임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과거 정부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을 둘러싸고 미리 '개방'으로 입장을 정리한 후 농민단체에 공청회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했던 것을 감안할 때 이례적인 것. 농림부는 지난 4일에도 농가 부채 경감 대책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농업인부채대책위원회'라는 장관 자문기구를 발족, 전체 17명의 위원 가운데 5명을 농민단체 대표로 구성했다. 환경부도 지난 1월 경유승용차 허용기준을 조정하기 위한 내부안을 만들기 위해 전문가 포럼 '경유차 환경위원회'를 발족했다. 이 과정에서 이 위원회의 전신인 '경유차 공동대책위원회'에 참가했던 산업자원부와 기아자동차 등 자동차업계 인사를 완전 배제했다. 대신 총 15명의 참여위원 가운데 환경정의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를 절반 가까이 참여시켰다. 국세청도 지난 8일 발족한 민관합동 개혁기구인 '세정개혁추진위원회'에 전체 30명의 위원 가운데 9명을 시민단체 관계자들로 포진시켰다. 행정자치부는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이달부터 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특별교육의 강사에 시민단체 대표와 행정 수요자들을 위촉할 예정이다. 정부의 '시민단체 모시기'와 NGO들의 적극적인 참여에 대해 관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김기현 한국YMCA전국연맹 부장은 "시민들의 의견을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비판적 감시자라는 본연의 자세에서 너무 벗어나면 '정부 요식절차의 들러리'역할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유승용차 판매와 관련, 환경부와 환경단체는 대기오염을 감안해 경유차 판매시기를 늦추거나 경유값을 대폭 올리기로 합의를 했지만 칼자루를 쥔 경제장관간담회에서 뒤집어졌고 결과적으로 환경단체 참여는 모양새에 지나지 않았다. 농림부의 한 공무원도 "NGO의 빈번한 정책참여는 '정책의 인기주의'를 부추기고 '프로의 목소리'를 위축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서욱진.임상택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