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War '또다른 전쟁'] (3) '국제경제, 공조냐 갈등이냐'

"이라크전의 포성은 멎었지만 세계경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또 다른 전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12일자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이라크전의 종결은 세계 경제질서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주말 열린 선진 7개국(G7) 회담에서 선진국들은 이라크 재건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이들 앞에는 '협조보다는 갈등' 요인들이 더 많이 놓여 있는게 현실이다. 강대국들은 1천억달러에 이르는 전후 복구사업에서 치열한 힘겨루기를 펼치고 있다. 미국은 반전국들의 전후 복구사업 참여는 물론 기존의 유전개발 계약까지 포기토록 종용하는 등 '선제 공격'을 강화했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은 긴급 정상회담까지 개최, '대미 공동전선'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 대륙간의 불매 운동은 통상마찰로까지 비화될 조짐이다. ◆ 전후 복구사업 갈등 표출 =미국은 반전국들에 대해 이라크에서 받아야 할 채권을 포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이 독재자(사담 후세인)에게 빌려준 돈은 무기를 사고 이라크 국민을 억압하는데 쓰였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승전국으로서 전후 복구사업의 경제 이권을 독식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이같은 미국의 움직임은 반미 진영의 단결을 가속화시켰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주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긴급 정상회담을 가진 이유도 경제 이권이 모두 미국으로 넘어가는데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 무역갈등 커진다 =다자간 협의체인 세계무역기구(WTO)를 제치고 국가간 친밀도를 바탕으로 한 새 교역질서가 형성되고 있는 점도 감지된다. 미국의 철강세이프가드조치(긴급 수입관세부과)에 대해 WTO가 부당 판정을 내리자 미 의회는 국제기구 무용론까지 들고 나오는 실정이다. 2005년 새로운 통상질서 출범을 목표로 진행중인 도하라운드 협상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말 농산물협상이 1차 마감 시한을 넘겼고,작년말이 최종 시한이었던 개발도상국 특별대우와 우루과이라운드 협정 이행 문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자간 무역틀 마련이 지연되면서 미국은 개별국가와 자유무역 협정을 추진하는 한편 중남미지역으로 자유무역 지대를 확대하고자 노력중이다. 맞불작전에 나선 유럽연합(EU) 등은 아프리카와 다른 신흥시장에 손을 내밀고 있다. ◆ 불안한 환율 협조체제 =G7 재무장관들은 환율에 대해서 만큼은 적절히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환율 공조체제가 앞으로도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를 던지는 전문가들이 많다. 각국 정부는 인위적인 통화가치 조정을 통해 자국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려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기업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거부하고 있고,일본은 엔화약세를 유도할 것으로 보여 환율에 대한 불협화음은 불가피한 상태다. 일본의 대표적 시사평론가인 오마에 겐이치는 "이라크전 이후 국제사회의 미국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면서 세계의 돈과 기술이 유럽으로 몰리고 있다"며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치열한 환율전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점쳤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