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두 얼굴'의 日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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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지사와 2천6백34명의 현의원을 새로 뽑은 13일의 일본 지방선거는 유권자들의 민심과 정치에 대한 시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사상 최저의 투표율,무소속 신인들의 약진과 우먼파워의 맹활약은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 등 일본 정치의 치부를 그대로 보여 준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들의 표심은 언론 보도에서는 뒷전으로 물러나 있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재선에 성공한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언론은 70%를 넘는 압도적 지지율과,사상 두번째의 최다 득표로 쾌승한 그의 기사에 온 신경을 쏟았다.
그리고는 그의 추진력과 결단력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언론의 풀이는 틀린 것이 아니었다.
거침없이 밀어붙이는 그의 탱크식 행정처리와 거침없는 화법은 무기력한 정치에 지쳐버린 유권자들에게 여름날의 한줄기 소나기와 같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그의 유세는 어딜 가나 박수와 갈채가 따랐다.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 백지투표를 했다는 30대의 여성은행원은 "변화만을 생각한다면 그래도 이시하라씨가 유일한 대안"이라고 고백했을 정도다.
열화와 같은 지지에 고무됐는지 그는 당선 소감에서 "더 과격하게 일을 처리해 나가겠다"고 큰소리쳤다.
아시아 타민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악명 높은 그는 일본 보수우익 세력의 핵심을 대변해 왔다.
재무장을 부추기는 발언을 서슴지 않거나,방재 훈련을 한답시고 도쿄 한복판에 탱크를 동원해 시민들의 불안심리를 자극한 것도 그였다.
하지만 이웃 나라와의 선린 우호를 외치며 이라크 전쟁에 대다수가 반대의 손을 들었던 도쿄시민들은 그에게 몰표를 던졌다.
"정견방송을 듣고는 절대 이시하라씨에게 투표하지 않기로 맘 먹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후보들의 연설과 비전이 왜 그렇게 형편없는지…"
한 신문의 인터넷 게시판에 쏟아진 독자투고는 이시하라 지사의 '입'을 혐오하면서도 '행동'은 지지하는 일본 국민들의 한계와 이중성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