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오락가락한 정통부

SK텔레콤의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는 14일자 한국경제신문 보도가 나간 후 관련업계는 물론 정보통신부도 발칵 뒤집혔다. 이날 오전 정통부의 일성은 "별 문제 없다"는 것이었다. 크레스트 시큐리티스가 SK텔레콤의 1대 주주이긴 하지만 SK 계열사들이 보유한 주식을 합하면 크레스트측 지분보다 많아 전기통신사업법상 SK㈜의 대주주를 외국인으로 보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었다. 이 경우 외국인투자자인 크레스트가 SK㈜의 지분 15% 이상을 사들이더라도 SK텔레콤의 경영권은 SK㈜가 계속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날 증시 개장과 함께 고공행진을 하던 SK텔레콤 주가는 정통부의 이같은 입장 표명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이 사라졌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상황이 바뀌었다. 전기통신사업법상 동일인 조항을 정통부가 몇 년 전에 폐지했기 때문에 SK 계열사들을 SK㈜의 대주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통부는 지난 99년 법 개정 때 기간통신사업자의 주식을 동일인이 33%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을 삭제했다. 정통부 스스로 동일인이란 개념을 없앴기 때문에 이를 다시 인정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잠시 후 혼란은 수습됐다. 동일인 조항은 내외국인 모두에 적용되는 규정이어서 이번 논란과는 무관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에 따라 논란은 수그러든 것 같았지만 불행하게도 또 다른 문제가 불거져나왔다.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는 '의결권 있는 주식 또는 출자지분의 소유 비율이 가장 높은 자'를 대주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는 게 부각됐다. 이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크레스트를 대주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통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시간은 흘러갔고 SK텔레콤 주가는 요동을 쳤다. 1천7백만명의 이동전화 가입자를 보유한 자산 12조7천억원대 기업의 명운이 흔들릴 만한 정통부의 유권해석은 이날 하루 종일 오락가락했다. 국내 관련법의 허점을 치밀하게 파고든 '준비된 크레스트'와 '준비 안된 정통부'가 극명하게 비교되는 하루였다. 김남국 산업부 IT팀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