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後 독일 '기술붐' 선도 그룬디히 법정관리

전후 독일의 '기술 붐'을 선도했던 가전메이커 그룬디히가 법정관리 신세로 전락했다. 그룬디히는 대만 전자업체 삼포 및 터키 TV메이커 베코 등과 진행해온 매각협상이 결렬되자 14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회사측은 '그룬디히'라는 브랜드가치가 크기 때문에 비용절감 및 비수익사업 매각 등 자구노력을 기울이면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업도시 뉘른베르크에 소재한 그룬디히는 1950년대 독일에서 TV를 처음으로 생산,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전후 초기 '기술붐'의 총아로 떠올랐다. TV 외에 카오디오 등 전자제품을 잇따라 내놓아 독일경제 부흥의 역군역할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기술낙후 및 신제품 개발부진 등으로 사세가 크게 위축돼 2001년에는 적자가 사상 최대치인 1억5천만유로에 달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네덜란드 전자업체 필립스가 한때 소유권을 갖기도 했으나 여러해 적자가 누적되자 1996년 손을 뗐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