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경영권 파문] '다른 그룹은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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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자본의 SK㈜ 주식 매집으로 SK그룹의 경영권이 통째로 위협을 받으면서 삼성 LG 현대차 등 주요 그룹의 경영권방어 능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그룹은 일단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들이 지주회사인 ㈜LG의 지분 54%를 확보하고 있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사정이 좀 다르다.
현실적으로 SK그룹처럼 갑작스러운 지분구조 변화가 일기 어려운 구조라고는 해도 정부 정책방향이나 대주주 일가의 지분구조 변동에 따라 외부 자본의 공격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 삼성 ='이건희 회장-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의 일(一)자형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전자의 경우 외국인 지분이 50%를 넘지만 비상장기업인 생명과 화재를 통해 이 회장 일가가 8.12%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3.18%를 가지고 있다.
생명은 이 회장 일가가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에버랜드가 장악하고 있다.
또 전자가 지분 19.3%를 보유한 SDI가 물산 지분 4.5%를 가지고 있고 물산은 다시 전자 지분 3.84%를 보유하는 순환출자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이 회장 일가가 직간접적으로 전자에 행사할 수 있는 지분만 22%가 넘는다.
외관상으로는 상당히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이 제한될 경우 생명(6.9%)과 화재(1.2%)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는 점이다.
순환출자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물산에 대한 지배권도 급격히 약화된다.
물산이 제일기획 캐피탈 네트웍스 SDS의 대주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은 삼성의 지배구조를 위협하는 중대요인이 되는 셈이다.
◆ 현대차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3각 순환출자 구조가 특징이다.
주력 회사인 현대차의 최대 주주는 현대모비스(13.2%)다.
2대 주주인 다임러 크라이슬러(10.5%)와는 일정 기간 '백기사 협약'을 맺어놓았다.
오너인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에 각각 7.9% 및 4.1%, 철강 지주회사인 INI스틸에 7.2%의 지분을 갖고 있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약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은 2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상으로 5천억원의 돈만 있으면 현대모비스 지분 25%를 장악할 수 있다.
3각 출자에 대한 정부의 시선도 그다지 곱지 않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완성차와 부품업체 간 순환 출자가 '공정거래'라는 틀 속에서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만약 현대모비스의 최대 주주인 기아차(16.3%)가 3각 출자순환구조에서 이탈할 경우 삼성의 금융회사 의결권 제한조치 이상의 어려운 상황이 올 공산도 크다.
조일훈.이심기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