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그러진 팍스 아메리카나 .. '부시 가문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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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적대적인 국가와 거래를 하고, 그 결과 적대국의 군사력 강화에 기여하기도 하는 것이 자본주의적인 비즈니스 세계다.'
최근 나온 '부시 가문의 전쟁'(에릭 로랑 지음, 최기춘.정의길 옮김, 한울, 1만2천원) 첫머리는 이렇게 시작된다.
저자는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의 국제정치 담당 대기자.
그는 부시 가문과 신보수주의자로 불리는 강경 매파의 얽히고 설킨 인연을 20여년 전까지 추적해 올라간다.
그리고 이들의 감춰진 경제이권과 검은 커넥션이 미국 대외정책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하나씩 파헤친다.
충격적인 것은 부시 가문이 9.11테러의 주모자이자 이라크전의 발단이 된 오사마 빈 라덴 가문과 오랫동안 각종 이권을 고리로 거래해 왔다는 점이다.
아버지 부시는 CIA국장 시절 아들 부시의 친구인 짐 배스를 정보원으로 고용했다.
배스는 알 카에다에 대한 자금 지원 창구였던 사우디 재벌 빈 마푸즈의 투자 대리인이었다.
그리고 빈 마푸즈의 여동생은 빈 라덴의 부인 4명 중 하나였다.
배스가 친구인 부시의 석유회사에 투자한 거액의 출처 또한 빈 라덴의 이복형제였다는 걸 알고 나면 입이 딱 벌어진다.
미국의 거대 군산복합체 회사들이 정치자금을 많이 제공한 것이야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아버지 부시는 국무부와 수출입은행 등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라크에 군사.재정 지원을 강행했다.
이란을 견제하라며 생물학무기까지 제공해서 후세인을 무장시켰다.
그리고 10년 뒤 아들 부시는 아버지가 무장시킨 이라크에 더욱 강력한 미사일과 폭탄을 퍼부었다.
이라크전 복구를 둘러싸고 점령지의 사업권을 배분하는 과정을 보자.
참여업체로 이미 선정된 핼리버튼 계열사 KBR와 벡텔 등 5개 기업은 99년부터 2002년까지 정치자금 2백80만달러를 내놨다.
아버지 부시가 이사를 맡고 있으며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친구가 최고경영자로 있는 방산업체 카알라일 그룹도 곧 수혜자가 될 것이다.
카알라일 그룹은 89년 창립 때부터 현재의 부시 대통령을 관리고문으로 영입했고 그가 텍사스 주지사로 첫 공직에 입문하자마자 주립대학으로부터 1천만달러의 투자를 끌어냈다.
이 회사는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사이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백60억달러의 자산을 갖고 있다.
카알라일은 97년 방산업체 유나이티드 디펜스 인더스트리를 8억5천만달러에 인수, 2001년 아들 부시와의 서면 합의 후 국방부로부터 1백20억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따냈다.
저자는 빈 라덴 가문이 카알라일 그룹의 재정 파트너이며, 아버지 부시와 전 국무장관 베이커가 사우디를 방문할 때마다 빈 라덴 가문 인사들과 만났다는 것을 밝혀냈다.
오죽하면 '빈 라덴의 자금추적은 미들랜드(부시가 살았던 휴스턴 지역)로 귀착한다'는 보고서까지 나왔을까.
오늘날 미국의 군사예산은 전세계 국가들의 군사비를 합친 것과 맞먹는다.
결국 이 책은 미 국방부의 별명인 '펜타곤 주식회사'처럼 미국을 움직이는 부시 가문과 강경파를 '아메리카 주식회사'뿐만 아니라 '세계 주식회사'의 음흉한 거간꾼이라고 결론짓는다.
이같은 배경을 알고 나면 부시의 헷갈리는 대중동정책이나 민주주의를 앞세운 팍스 아메리카나의 본질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이젠 거울의 반대쪽으로 들어가보라고 권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부는 부시와 빈 라덴 가문, 후세인의 검은 커넥션을 하나씩 벗기는 과정, 2부는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 강경 매파의 신보수주의 이념이 어떻게 부시의 국제 비즈니스 감각과 맞아떨어지는지를 이라크 침공 직전까지의 상황과 겹쳐서 보여주고 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