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마지막 선물 .. 이향희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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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가까운 지인이 세상을 뜨셨다.
올해 나이 38세.
세 아이의 아버지인 그분은 미국의 한 연구소에서 과학자로 연구에 몰두하다 간염이 발생, 병원을 찾았을 때엔 이미 간암 말기로 가망없는 상태였다 한다.
부고를 접하고 빈소를 찾기가 두려웠다.
하지만 막상 빈소에서 마주한 유족들의 모습은 그저 비통하지만은 않았다.
문상객을 맞이하는 손위 누이의 파리한 얼굴에는 쉴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입가엔 희미한 미소마저 감돌고 있었다.
돌아가시던 날, 혼수상태에 빠졌던 그분은 갑자기 의식을 되찾아 종이와 펜을 달라고 하셨다 한다.
유족 한 분이 눈물 그렁그렁한 얼굴로 종이 한 장을 보여주셨다.
온 힘을 다해 쓴 듯 삐뚤삐뚤한 글씨.
두 줄의 짤막한 메모였다.
"나 하나님 만났어요. 이제 내 병 다 나았어요."
생전에 독실한 크리스찬이었던 고인은 돌아가시기 전 마지막 여섯 시간 동안에 맑고 또렷한 눈빛으로 가족들에게 오히려 위로를 하고 가셨다고 한다.
기운을 다 쏟아 뒤에 남겨질 이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한 것이다.
생각해 본다.
그 분은 정말 평생에 그처럼 원하던 하나님이라는 존재를 만난 것일까, 어쩌면 죽는 순간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마지막 선물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자신이 평생 신을 만나기를 원했던 것처럼 무엇인가 평생을 원한다면 죽는 순간에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슬픔에 빠진 가족에게, 혹은 어린 자식들에게 꿈이라는 것을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그분이 남긴 두 줄의 삐뚤삐뚤한 글씨가 계속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 삐뚤삐뚤한 글씨는 이렇게 써있는 듯도 했다.
"남은 사람들에게 마지막 선물로 꿈을 잃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슬픈 일이지만 죽음에는 나이가 없다.
그리고 예고도 없다.
지금부터라도 한가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죽는 순간까지 바라고 또 바랄 한 가지 희망은 무엇인가, 죽는 순간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줄 선물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