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한국대사관의 '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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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일부 단과대학과 중앙재경대학교가 사스(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 전염에 대한 우려로 사실상 휴교에 들어간 지 하루가 지난 17일 오전.
주중 한국대사관에 진상을 물었다.
"소문은 있던데요"라는 답변이 전부였다.
담당자는 "사스 사태 이후 매주 수요일 베이징 지역의 대학 유학생대표들과 회의를 갖고 정보를 듣는다"며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국 교육부에 문의를 해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원래 중국관료들은 이야기를 잘 안해줘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대학교들의 휴교 소문 진상은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베이징대 홈페이지에 수업 중단 관련 긴급 통지문이 올려져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통지문은 "리민이라는 여성 강사의 어머니가 사스 유사로 15일 사망함에 따라 여강사를 격리 치료 중"이라는 설명도 곁들여 있었다.
19일로 예정된 고등학교 졸업생들을 위한 베이징대 입학안내 행사와, 16일부터 19일까지 개최키로 했던 베이징대 전교 운동회가 연기된다는 다른 통지문도 인터넷에 올려져 있었다.
휴교 소문이 돌던 중앙재경대 역시 대학원생 기말 시험을 오는 5월 8일 이후로 연기한다는 통지문을 전날 인터넷에 올려 놓았다.
이 대학 관계자는 "사스 때문에 모든 수업을 중단했다"며 "교육부의 허가를 받아 수업을 하지 않는 대학이 또 있다"고 친절한(?) 설명까지 해줬다.
하지만 뒤늦게 중앙재경대의 휴교 사실을 확인한 대사관측은 "당장의 대응 조치는 강구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대사관측은 "대학 한곳이 휴교했다고 해서 전체 유학생들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베이징에 있는 대학에 모두 1만5천여명의 유학생을 보내고 있는 나라다.
중국 전역에 있는 대학까지 포함하면 한국 유학생은 3만6천여명으로 외국 유학생들 중 가장 많다.
한국 대사관의 기민한 대응이 아쉽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든 하루였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