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와 국가경쟁력' 한ㆍ일 전문가 좌담회] "시대상황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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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장기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에선 국가 경쟁력 강화와 기업 생존을 위해 노사관계가 대립에서 협력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을 방문한 노다 스스무(野田進) 규슈대 교수(54.법학)는 "일본은 올 춘투(봄철 임금협상)에서도 노.사 모두 임금 인상을 자제하는 대신 고용 안정에 노력키로 합의하는 등 새 노사관계를 정착시켰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일본의 경우 파견근로자들이 일할 수 있는 대상 업종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 18일 서울 팔레스호텔에서 노다 교수, 이정 외국어대 교수(법학.45), 정인섭 숭실대 교수(법학.41)를 초청, '노사 관계와 국가 경쟁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일본 학계에서 노동법 권위자로 손꼽히는 노다 교수는 한국노동연구원과 서울대에서 강연을 마치고 20일 출국했다.
[ 참석자 ]
노다 스스무
이정
정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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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 외국어대 교수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각국의 노사관계가 크게 변하고 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노사관계에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든 일본 노동시장에 대한 관심이 한국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올 춘투 상황과 노동관련법 등 일본 정부의 정책 방향을 소개해 달라.
▲ 노다 규슈대 교수 =일본 노동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노사관계 안정이다.
불황기를 맞아 노조측도 극한적인 투쟁보다는 타협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노동쟁의 건수는 지난 1975년 8천4백35건(참가인원 1천만명)에서 2001년 8백84건(1백만명),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특히 발생된 노동쟁의중 반일 이상 스트라이크(쟁의)가 벌어진 건수는 90건에 불과하다.
노동조합의 조직률도 같은 기간중 34.4%에서 20.2%로 떨어졌다.
물론 이러한 노조의 약화가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 꼭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 정인섭 숭실대 교수 =일본에서 올해 춘투는 예년과 많이 달랐던 것으로 들었는데.
▲ 노다 교수 =일본의 춘투는 지난 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90년대 중반 이후 경기 침체와 함께 춘투에서 노사의 요구 조건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올해는 눈에 띄는 변화가 많았다.
일본 노조의 전통으로 굳어져온 베이스업(기본급 인상)을 포기하는 노조가 많았다.
또 다른 특징은 노사협상의 중심이 '임금'에서 '고용'으로 옮겨졌다는 점이다.
철강노련의 경우처럼 아예 2년동안 베이스업을 단념하는 대신 고용 확보를 노사합의서에 명기해줄 것을 요구한 사례도 있다.
노사가 서로 합심, 고용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 주자는 것이다.
▲ 이 교수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운동 이후 노동계 목소리가 커졌다.
새 정부들어 두산중공업의 극한적인 파업사태처럼 노사관계는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다.
이같은 노사불안이 다국적 기업의 한국투자 철수나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있다.
일본도 1960년 미쓰이미이케(三井三池) 탄광투쟁 등 격렬한 노동운동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의 노사관계 안정 배경과 그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을 듣고 싶다.
▲ 노다 교수 =기업의 자발적 변화 보다는 외부 환경 때문에 노사관계에 변화가 일어났다는게 나의 판단이다.
자동차 전자 등 제조업체들은 코스트 다운을 위해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에 적극적이고 은행 등 금융업체도 불량채권 처리와 비용절감을 위해 합병을 통한 대형화 전략을 택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 통.폐합과 리스트럭처링(사업재구축)이 일어나 노조의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대기업의 자회사들이 구조조정되면서 노조가 와해되는 경우가 많았다.
중소 제조업체들은 생산기지 이전과정에서 노조가 약해졌다.
노사관계 안정이 노조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가능할 것이다.
▲ 정 교수 =노사관계나 노동법은 경제상황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임금보다 고용 안정이 중요해지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노동관련법이나 정부 정책도 시대 상황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한국에서도 최근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파견근로자 등에 관한 고용과 처우에 관심이 높아졌다.
일본의 '근로자파견법'은 어떤가.
파견근로자 수가 급증하고 이로 인해 인력 파견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데.
▲ 노다 교수 =일본의 근로자파견법은 1985년 제정된 후 1999년 말 대폭 개정됐다.
제정 당시 26개 업무에 파견이 한정됐던 '포지티브 방식'에서 항만운송 건설 경비 의료관계 등 일부 업무를 제외하고 원칙적으로 모든 파견업무를 인정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꿨다.
노동시장 변화에 맞춰 작년말부터 개정 작업이 진행돼 새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는 상태다.
개정안은 파견 근로자의 근무기간 상한선을 1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고 파견대상 업무에서 제외됐던 일부 제조업을 포함시키는게 골자다.
파견근로자를 늘리는 문제는 고용에서 긍정과 부정적 양측면이 있다.
한국도 파견근로자 처우문제가 이슈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현실에 맞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 정 교수 =한국의 경우 지난 1998년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첫 제정됐다.
현재는 99년 일본의 개정전 '근로자파견법'과 비슷한 형태의 포지티브 방식이어서 대상 업종과 근무 허용 기간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기업들과 학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파견근로자 제도는 잘 운영되면 신규고용 창출을 늘리고 고용의 유연성을 기대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실업난 속에 기업 부담을 줄이면서 고용을 늘리기 위해 일본처럼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파견 대상 업무를 개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업계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 이 교수 =마지막으로 한국 고용시장에서 최대 장애로 지적되는 고용의 경직성과 이에 따른 비효율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지난 97년 외환위기 후 비정규직 근로자가 급증, 전체 고용자의 50%를 넘어섰다.
이들 비정규직은 일본의 파트타이머들이 주로 단순 작업을 많이 하는 것과 달리 정규직이 하던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이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많이 쓰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 노다 교수 =고용 시장을 유연하게 한다는 것은 해고 등 인력조정을 쉽게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그 사회가 추구하는 사회정의가 무엇이고, 국가의 경제상황과 기업환경이 어떤가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의 경우 파트타이머는 전체 고용자의 20%선으로 많은 편이지만, 파견근로자는 아직 1백만명(2%)에 불과해 파견근로자의 고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법개정이 진행되고 있다.
▲ 이 교수 =한국의 경영자들은 현재 근로자 해고도 현행노동법상 너무 엄격하다고 주장한다.
정당한 이유없이 해고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정당한 이유'라는 기준도 애매하기 때문에 사실상 해고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 노다 교수 =종신고용제가 관행화됐던 일본에서 근로자 해고문제는 노사간 계약 관계라는 의식이 강해 법률적 처벌 규정은 없는 상태다.
다만 해고를 규제하기 위해 새로운 법안을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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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일 고베대 법학부 졸업
△도쿄대 법학박사
△규슈대 교수
△노동위원회 공익위원 노동기준 감독서 자문위원
△한국 외국어대 법학과 졸업
△일본 도쿄대학 법학박사
△일본 후생노동성 연구위원
△일본 규슈대 법학부 교수
△한국 외국어대 법학과 교수
△서울대 법학과 졸업
△서울대 노동법 박사
△국제 노동법연구원 책임연구원
△수원대 법학과 조교수
△숭실대 법학과 교수
정리=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