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는 정책이 重病 키웠다 .. 경제활동인구 13% 신용불량 족쇄

신용카드 빚 등을 갚지 못해 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 신용불량자 수가 3백만명에 도달했다. 경제활동 인구의 13% 수준이다. 이처럼 신용불량자가 폭증한 것은 한때 내수부양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과 가계대출을 부추기다 연체율이 높아지자 갑자기 카드사들에 강력한 규제를 가한 정부의 '냉온탕식 정책' 탓이 크다. 그럼에도 신용불량자를 줄이기 위한 정부 대책은 뒷북을 치고 있다. 유일한 신용불량자 대책인 개인워크아웃 제도가 시행 6개월 동안 실효도 없이 겉돌았지만 정부는 신용불량자 3백만명 시대를 확인하고서야 후속 대책을 내놓았다. ◆ 폭증하는 신용불량자 신용불량자 등록기준을 높인 작년 6월말을 기준으로 지난 9개월 동안 신용불량자는 70만명이 늘었다. 한달에 평균 7만8천명씩 불어난 것. 올들어선 증가세에 가속도가 붙었다. 월별 신규 신용불량자 수는 작년 11월과 12월 4만∼6만명 수준으로 안정되는 듯했다. 그러나 올들어 1월 10만6천명, 2월 9만7천명, 3월 11만8천명 등으로 껑충껑충 뛰었다. 작년말 신용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한도 등을 크게 줄인게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신용불량자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 예상조차 힘들다는 점이다. 신용불량자는 30만원 이상 빚을 연체한지 3개월이 넘은 사람들이다. 작년 12월의 신규 연체자가 3개월 후인 올 3월에 신용불량자로 등록된다는 얘기다. 이를 감안하면 4월 이후에도 신용불량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1∼3월에도 신용카드와 은행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좀체 꺾이지 않았기 때문.3월말 연체관리 강화로 연체율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정점을 찍었다고 보긴 어렵다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 개인워크아웃 제기능 못해 신용불량자는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지만 이들을 구제해줄 유일한 제도인 개인워크아웃은 시행 6개월이 지나도록 겉돌고 있다. 23일 현재 개인워크아웃이 확정된 수혜자는 9백37명. 신용불량자 3천명당 1명만이 혜택을 받고 있는 셈이다. 협약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로운데다 주관기관인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채무자들이 한꺼번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들이 개인워크아웃 혜택을 받기 위해선 현재 접수 이후 평균 86.3일을 기다려야 한다. 일부 금융회사들의 미온적인 참여도 문제다. 위원회 심의까지 끝낸 개인워크아웃 신청자중 25% 이상이 '부동의' 처리돼 수주일에 걸쳐 재심사를 받고 있다. 금융사들이 자기 회사에 유리하게 채무재조정이 이뤄지도록 시비를 걸고 있는 것이다. ◆ 사회불안 복병 작용 신용불량자 급증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특히 왕성한 경제활동을 해야할 20대(57만명)와 30대(86만명) 신용불량자가 1백43만명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못하는 이들은 범죄 등 '어두운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때문에 신용불량자 문제는 사회안정을 위해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불량자 구제 대책과 함께 내수경기를 살리는 거시정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차병석.조재길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