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名車 이야기] 'SAAB 92'..사브가 1949년 내놓은 첫 量産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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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브라는 회사명은 스웨덴 항공기 회사라는 뜻이다.
군수용 전투기를 생산하던 사브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90', '91' 등의 민간용 항공기를 생산한데 이어 자동차 생산에 뛰어들게 됐다.
이후 1949년 12월 처음으로 내놓은 양산차 모델이 '사브 92' 모델이다.
당시 사브에는 자동차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운전면허증을 가진 사람이 고작 두 명에 불과했다.
그 중 한 명인 군나 융스트롬을 리더로 해 15명의 팀을 발족했는데 거의 모두 항공기전문 인력이었다.
리더인 융스트롬이 목표로 한 것은 탑승공간을 확보하기 쉬운 전륜구동(FF) 방식의 소형차였다.
그는 공기저항에 우수한 유선형과 가벼운 모노코크 구조를 채택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엔진과 뒷좌석을 낮은 위치에 실어 무게중심을 낮추는 것도 고려했다.
자동차 설계경험이 없는 융스트롬이 이런 설계까지 감안한 것은 항공기를 만들어 본 경험 덕분이었다.
융스트롬 외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외관, 디자인, 레이아웃을 담당한 식스텐 삿소다.
그는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에어로다이내믹스와 엔진, 서스펜션에 이르기까지 92모델 개발에 활발히 참여했다.
불과 5년 만에 92모델이 양산판매된 것은 그의 공이 컸다.
50여년이 지났으나 사브92 모델의 디자인은 아름다움의 극치다.
철저히 곡선으로 구성된 스타일링은 독창적인 데다 공기저항을 충분히 감안해 만들어낸 명차다.
당시 풍동(風動)에 의한 공기저항 실험을 할 수 있는 메이커가 거의 없었는데도 사브는 카탈로그에 이 실험을 하는 그림을 넣었을 정도로 선구자적이었다.
차체가 모두 초록 일색인 이유는 비행기를 칠하다 남은 페인트로 도장을 했기 때문.
김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