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S 덫에 걸린 중국] (下) 흔들리는 '세계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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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는 이제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라는 불확실성과의 지루한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월스트리트저널)
이라크전쟁이 끝나자 이번에는 사스확산이 세계경제를 위기로 몰어넣고 있다.
사스피해는 특히 빠른성장으로 글로벌 경제를 지탱해 왔던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스탠더드차터드 은행은 "중국 홍콩 싱가포르 한국 등 동아시아 경제가 사스로 입은 피해는 최소 1백65억달러(19조8천억원)로 국내총생산(GDP)의 0.7%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스턴이코노믹리뷰는 "사스가 장기화될 경우 동아시아 12개국에서 5백억달러(60조원) 이상의 피해가 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다가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의 생산활동이 위축되고,금융·비즈니스 허브(중심축)인 홍콩과 싱가포르의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전세계 기업들의 '공급사슬(Supply Chain)'이 약화되고 있다.
메릴린치는 "아시아 지역이 제공하던 공급사슬이 끊길 경우 서방 선진국에서는 생산기지 상실에 따른 부정적 파급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스 창궐지역으로부터의 부품 공급이 여의치 않으면 다른 공장들이 연쇄적으로 가동을 줄이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될 것이란 시나리오다.
실제로 사스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 광둥성은 복사기 및 프린터제품의 세계 수요를 60% 이상 공급하고 있는데 현재 이곳에서 생산 차질이 빚어져 전세계 컴퓨터 제조업체들의 가동률 하락이 예상된다.
여행 및 항공업계의 사스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서방 기업들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출장과 비즈니스 협의를 대폭 줄인 결과다.
네덜란드 KLM항공은 승객 급감으로 수천명의 감원을 추진 중이며,캐나다 국적 항공사인 에어 캐나다는 최근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세계 금융 중심지인 뉴욕 월가도 더 이상 안전지대는 아니다.
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가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의 이익 하락을 경고하면서 주가가 급락하는 등 미국 증시도 사스 영향권에 진입했다.
퍼스트 알바니증권의 휴 존슨 애널리스트는 "기업수익 및 경제지표와 함께 사스도 이제 월가의 움직임을 설명해주는 주요 변수가 됐다"고 말했다.
스티븐 로치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제는 사스발(發) 더블딥(짧은 회복 후 재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육동인 특파원·유영석 기자 dong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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