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요? 유산 받으면 돼요" .. '경제적 의타심'부터 없애야

한국경제신문사와 청소년 경제교육 기관인 데카(DECA)코리아가 최근 서울에서 개최한 '어린이 경제교육캠프'. 초등학교 4∼6학년생 80명이 여러조로 나뉘어 주어진 여건에 대한 경제 상황극을 진행하고 있다. 멘토(mentor.조언자, 여기선 캠프 교사)들이 일정 단계까지 상황을 설정해 주면 아이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연기를 해서 해결책을 제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연극의 제목은 '백수 아빠'. 아빠는 직업 없이 집에서 놀고 있고 가족들은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어려움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새 컴퓨터를 사달라고 조르자 백수 아빠는 바로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달라고 했다. 화가 난 할아버지는 "내일까지 네 가족을 먹여 살릴 방법을 찾아오지 않으면 더 이상 생활비를 대줄 수 없다"고 최후 통첩을 한다. 멘토들의 역할은 여기서 끝난다. 뒷부분은 아이들의 몫이다. 토론을 거쳐 해결책을 마련한 뒤 이를 연극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사건'은 여기서 벌어졌다. 한 조의 아이들이 유산도 받고 보험금도 타내기 위해 할아버지를 죽이는 방안을 생각한 것. '백수 아빠' 역할을 맡은 아이는 청부살인업자에게 은밀히 수고비를 건네는 모습까지 천연덕스럽게 연기해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다른 조의 아이들까지 이 연극이 재미있다며 '베스트 연극'으로 뽑았다는 사실이다. 경제에 대한 우리 아이들의 인식이 어떤지는 데카코리아가 캠프 직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됐다. 결과와도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10명중 8명의 아이들은 부모가 유산을 물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는 것. 40대의 강인한 부모에게서 자란 아이들이지만 이들 중 70%는 자기의 인생을 시작할 때 전세비용은 무조건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고 믿고 있다. 서른의 나이가 지나도 부모의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싶다고 말한 아이가 40%에 이르고 심지어 20%는 결혼 후 자기 아이들의 교육비마저 부모들이 대신 내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캠프 마지막날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학부모들에게 캠프에서 있었던 일을 소상히 설명했다. 아이들이 아빠를 살해하고 보험금을 타내겠다는 생각, 유산 상속에 대한 기대는 누가 가르쳤을까를 물었다. 부모들이 대경실색할 수밖에. 어린이 경제교육 캠프의 상황극은 올바른 가치관 정립을 위한 조기경제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케 해주는 사례다. 안승환 사장은 "경제교육은 경제적 가치관을 형성하는 어린시절부터 시작할수록 효과적이며 경제개념을 암기가 아닌 활동과 경험을 통해 배워갈 때 아이들은 스스로 경제마인드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가장 중요한 경제교육 현장은 역시 가정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