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월급 호봉제 첫 도입..높은뜻숭의교회, 담임목사 연봉 23% 삭감
입력
수정
서울 남산 자락의 높은뜻숭의교회가 담임목사의 사례비(월급)를 대폭 깎았다.
베스트셀러 '깨끗한 부자'의 저자로 주목받고 있는 김동호 담임목사(54)가 지난해 말 자신의 연봉이 지나치게 많다는 일부 지적에 따라 목회자 사례(謝禮)연구회를 구성,3개월간 연구한 결과다.
김남호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운영위원 등 9명으로 구성된 숭의교회 연구회는 그간 다양한 사례연구와 설문조사,공청회 및 전체회의 등을 거쳐 목회자 사례기준을 정했으며 지난 달 27일 주일예배때 전 교인들에게 이를 공식 발표했다.
목회자의 사례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 것은 개신교계에서 처음이며 다른 교회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연구회는 사례비를 '바르고 건전한 목회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회가 목회자에게 지급하는 생활비'로 정의하고 나이와 목회경력을 감안한 35단계의 호봉제를 도입했다.
연구회는 "목회자도 가정을 이루고 있는 생활인이므로 부족하지 않게 정하되 교회 안팎의 공동체와 조화로운 수준이어야 한다"며 이 교회가 예배장소로 사용하고 있는 숭의대학 교수의 연봉을 비교기준으로 삼았다.
다만 목회자에게는 사택이 제공되므로 숭의대학 동년배 교수 연봉의 85% 수준으로 정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나이 31세,목회경력 1년차를 기준으로 한 1호봉은 월 2백10만원의 기본급에 연봉 2천5백20만원으로 정했고,매년 1호봉(10만원)씩 자동 승급된다.
아울러 목회자도 교인들과 똑같이 사례비에 대해서는 근로소득세를 납부토록 했다.
호봉제 도입에 따라 김 목사의 경우 23호봉에 해당돼 월기본급 4백75만원에 연봉 5천7백만원,44세인 박은호 목사는 월 3백55만원에 연봉 4천2백60만원,오대식(41) 고병호(40) 목사는 월 3백10만원,연봉 3천7백20만원을 받게 된다.
또 일반 사회의 판공비에 해당되는 목회활동비는 액수를 정하기보다 사용내역에 따라 실비를 지급하고 사용금액에 대한 영수증을 제출토록 했다.
이를 위해 교회는 목회활동비 사용을 위한 법인카드를 발급할 예정이다.
아울러 교회 명의의 중형차를 목회자들에게 제공토록 했다.
또 교회에서 사택 전세금을 전액 지원한다.
중학생 자녀가 2명인 4인 가족을 기준으로 방 3개짜리 32평형 아파트를 지원하고 부양가족 수의 증감에 따라 규모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5백6만원의 월급여와 사택구입보조비 휴가비 사택관리비 등을 포함해 연간 7천3백72만원을 받고 있는 김 목사의 연봉은 23%(1천6백72만원) 삭감됐고,박 목사는 24%,오대식 고병호 목사는 각각 32%와 34% 줄었다.
높은뜻숭의교회는 이같은 사례비 지급규정을 지난달초 당회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며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