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CEO의 자질 .. 박성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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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에서 상당수 후보들이 전문경영인(CEO)의 역량을 보여주겠다고 밝힌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아온 후보자들 중 제대로 CEO 훈련을 받은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 CEO의 자질은 무엇일까?
작년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좋은 경영'에 대한 설문 결과는 능력 있는 CEO가 갖추어야 할 역량을 잘 보여준다.
훌륭한 CEO가 지녀야 할 자질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정직(honesty) 검소(frugality) 준비성(preparedness)의 세가지만은 꼭 갖추어야 한다고 본다.
정직이란 법을 준수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속이지 않는 엄격한 도덕률과 윤리 의식을 말한다.
세계 경제를 강타했던 미국의 '엔론 사태'를 목격하면서 모두 기업 투명성을 이야기했지만 이는 사실상 법을 잘 지키자는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근검 절약은 풍요의 시대에도 여전한 미덕이다.
우리는 닷컴 붐이 한창일 때 고급승용차를 몰고 다니던 많은 젊은 창업자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을 보았다.
반면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Sam Walton)의 낡은 시보레 승용차 얘기는 월마트의 꾸준한 성장이 경영자의 검약정신과 무관하지 않음을 말해준다.
'기회는 준비된 마음을 선호한다'는 프랑스 생화학자 파스퇴르의 말처럼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경제의 도제들은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면 계획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노키아 휴렛팩커드 에머슨 등 많은 기업들이 계획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었다.
성공한 기업의 CEO들은 시간의 60% 이상을 미래를 준비하는데 쏟고 있다.
요즘 국내에서는 CEO의 자질로 도덕성 전문성 개혁성을 많이 든다.
그러나 우리 국민의 정서를 감안할 때 중요한 것은 솔선수범과 희생정신이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자기를 버릴 수 있는 희생정신이 우리 CEO들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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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필진 오늘부터 바뀝니다
한경에세이 5~월 집필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월),김혜정 삼경정보통신 사장(화),이채욱 GE코리아 사장(수),박성주 K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목),이정균 을지병원장(금),김순응 서울옥션 사장(토)이 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