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경제 '룰라' 효과 확산] 親시장정책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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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몰렸던 브라질이 지난 29일 10억달러어치의 해외채권 발행에 성공, 국제금융무대에 1년만에 복귀했다.
4년 만기 채권 수익률도 10.7%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을 밑도는 좋은 조건이다.
채권 값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얘기다.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S&P는 브라질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1월1일 대통령에 취임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58)의 경제정책에 국제금융시장이 '환영'의 뜻을 표한 것이다.
집권 이후 과거의 대중인기 영합주의(포퓰리즘.populism)를 과감히 청산하고 시장원리를 존중하는 합리적 지도자로 대변신한 그는 4개월만에 좌파성향의 노동운동 지도자란 이미지를 완전 불식시킨 것이다.
때문에 국제금융가에서 '룰라 쇼크'란 용어는 사라졌으며, 그 대신 중남미 전역으로 '룰라 효과'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 급진 좌파에서 자유로워진 룰라
지난해 10월 룰라 후보의 당선 직후 전세계 언론들은 '브라질에 첫 좌파정권 탄생'이란 타이틀을 달았다.
브라질의 최고권력 자리에 오르기 전까지 룰라는 분명 '좌파'였다.
초등학교 졸업이 전부인 정규교육, 노동자들과 함께 살아온 삶, 소외계층이 중심이 된 지지기반 등이 모두 그러했다.
특히 금속공장에서 일할 때 사고로 잘려나간 왼손 새끼손가락은 '빈곤층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이런 인생역정 때문에 외국 투자자들은 룰라에게서 경제원리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우선하는 '포퓰리즘'을 연상했고, 이는 중남미 전체 이미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집권 이후 룰라의 행보는 완전히 바뀌었다.
노동자와 빈민보다는 시장원리에, 대중적 인기보다는 시장의 기본원칙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 '개혁에는 시간과 고통이 필요하다'
지난 89년 브라질 재계의 한 핵심인물은 "룰라가 집권하면 기업하는 사람들은 브라질을 떠날 것"이라고 단언했다.
재계는 물론 보수층의 룰라에 대한 반감을 대변해 주는 말이다.
룰라가 대통령 선거에서 3번이나 실패한 것도 보수층에 깔린 이런 기류가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그는 권력의 중심부에 가까워지면서 '소외계층' '디폴트' 등 극단적인 말들을 아끼기 시작했다.
특히 "경제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당선 직후 발언은 불안감에 싸여 있던 시장을 안심시켰다.
실제로 룰라는 취임 이후 4개월 동안 예상과는 달리 초긴축재정, 금리 인상, 중앙은행 독립성 강화 등의 조치를 취했다.
반면 "개혁에는 시간과 고통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빈곤층을 설득했다.
룰라에 대한 시장반응이 '충격→안도→환영'으로 바뀌면서 남미경제의 '아킬레스건'이었던 브라질은 이제 이 지역의 경제회복을 이끄는 기관차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상파울루 무역관의 황기상 차장은 "장기적인 개혁정책을 통해 국가를 재건하겠다는 룰라 대통령의 비전이 브라질 국민들에게 신선한 희망을 주고 있다"며 "실용주의 개혁드라이브의 성공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평가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