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국정원이 조직적 개입" .. 외환銀 간부 진술

대북송금 의혹사건을 수사 중인 송두환 특별검사팀은 2일 "지난 2000년 6월 2억달러 대북송금 당시 외환은행 외환사업부장이었던 백성기씨를 소환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대북송금이) 국가정보원 주도로 이뤄졌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월14일 임동원 전 청와대 외교안보통일특보가 "현대측에서 급히 환전편의 제공을 요청해 왔으며 국정원은 환전편의만 제공했다"는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앞으로 국정원 관계자들의 소환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씨는 이날 특검 조사에서 "통상적으로 국정원이 해외송금을 할 경우 송금편의를 제공하는데, 당시 국정원 직원이 협조요청을 해 2억달러를 송금했다"며 "그러나 당시 국정원 직원이 돈을 들고 왔기 때문에 (그 돈이) 현대상선이 대출받은 2억달러인지는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는 국정원이 환전편의를 넘어 송금과정을 주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백씨의 발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북한에 보낸 2억달러가 현대의 대북사업 자금이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쓰였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와 함께 백씨는 "지난해 1월말 감사원이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에 대해 감사를 실시할 당시 26장의 수표에 배서한 인물이 국정원 관계자라는 사실을 (감사원에)보고했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외환은행에 입금된 2억달러의 수표배서자가 신원미상의 인물이라고 발표한 감사원의 발표와도 배치되는 것이다. 백씨는 송금계좌와 관련해 "국정원측이 자금내역 등을 전혀 밝히지 않아 (2억달러의)사용처나 행방은 모른다"고 밝혔다. 이어 "2억달러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마카오에 있는 북한의 조광무역상사 계좌로 보내진게 아니라 해외에 있는 제3의 계좌로 송금됐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외환은행 실무자 조사과정에서 국정원의 조직적 개입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3일 김경림 전 외환은행장을 소환, 임동원 전 국정원장이나 김보현 전 대북전략국장으로부터 송금편의 제공을 요청받고 이를 실무자에게 지시했는지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팀은 또 국정원 관계자와 수표 배서자 6명도 조만간 소환,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백씨는 그러나 이날 오후 외환은행 본점으로 돌아간 다음 기자회견을 자청해 "송금자가 스스로 밝히지 않으면 송금 수취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며 특검 조사 직후의 발언을 번복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