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가정의 달

가정의 행복과 희망에 대해 가장 큰 영감을 주고 있는 그림은 밀레의 '만종'일 것이다. 하루 일을 끝낸 부부가 저녁 노을의 실루엣 속에 저 멀리서 울리는 교회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경건히 손을 모아 고개 숙여 기도하는 모습은 더 할 나위없는 평화로운 풍경이다. 가정을 예찬한 노래로는 아마도 "내집 같은 곳이 없다(There is no place like home)"고 하는 '홈 스위트 홈(Home Sweet Home)'이 단연 으뜸일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이 노랫말은 뉴욕 출신의 존 하워드 페인이 지었는데,정작 자신은 평생 그토록 그리던 가정을 가져보지 못한 채 아프리카 튀니지의 한 거리에서 세상을 떴다고 한다. 극작가이면서 배우였던 페인의 유해가 미국에 도착했을 때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워싱턴의 오크 힐 묘지에 묻힐 때는 당시 체스터 아서 대통령과 전 국무위원이 지켜봤다고 한다.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작사자에 대한 국가차원의 배려인 듯 싶다. 가정이 왜 행복해야 하고 안정돼야 하는지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췌언일 뿐이다. 가정이 해체되고 붕괴된다면 가족 구성원의 불행은 물론이고 건강한 사회를 기약할 수 없음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가정파괴에 대한 반작용으로 나오긴 했지만 서구의 여러 선진국에서 '가정의 가치'를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가정문제가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 같다. 이혼율이 급격히 증가하고,결손가정으로 인해 결식아동이 크게 늘고 있으며,편부모 가정에서의 아동학대도 심각하다는 소식이다. 전통적인 효(孝)에 대한 인식 역시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해마다 이 맘때가 되면 가정과 가족을 자주 들먹인다. 궁핍했던 시절 끈끈했던 가족간의 유대가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지면서 오히려 소홀해지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가정만큼 안락한 곳이 없고 늘 그리운 사람은 가족이라는 말이 올해는 유난히도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