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디플레 위험" … FRB 공식 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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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일 미국경기를 진단하며 인플레보다 디플레 위험을 경고했다.
이라크전쟁이 초단기에 끝났음에도 불구, 경제가 당초의 예상만큼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 것이다.
달러가치가 유로화에 대해 4년여 만의 최저치로 급락한 것도 궁극적으로 미국경제 회복에 대한 믿음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FRB가 이날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달 중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걷히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인플레보다는 디플레 우려" =FRB는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연 1.25%인 연방기금 금리를 유지시켰다.
40여년 만의 최저치인 기준금리를 더 내릴 경우 상황 악화시 추가대책을 찾기가 어렵다는 현실의 반영이었다.
FRB는 그 대신 "미국의 최근 경제지표들이 실망스럽다"며 필요시 금리를 내릴 것임을 시사했다.
애튼밴스매니지먼트 수석이코노미스트인 로버트 매킨도시는 "FRB가 6월 FOMC 회의(24,25일)에서 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90%"라며 "그 이전에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리동결 결정보다 주목을 끈 대목은 FRB의 경기 판단이 1주일 전보다 '비관'쪽으로 기운 데다 이례적으로 '디플레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지난달 30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 "이라크전의 조기 종전으로 미국경제가 하반기에는 '뚜렷하게 개선된 속도(noticeably better pace)'로 성장할 태세를 갖췄다"고 평가했지만, 이날 회의에서는 '실망' '우려'란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이는 소비자신뢰지수 및 서비스 부문은 개선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제조업 고용 등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 달러약세 가속화 가능성 =FRB의 금리동결과 비관적 경기판단으로 달러가치 급락세는 가속화 될 전망이다.
7일 도쿄시장에서 달러가치는 4년3개월 만에 최저치인 유로당 1.1433달러까지 떨어졌다.
연초 대비 10% 이상 급락한 셈이다.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당 1백17엔대로 2개월 만의 최저치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FRB의 '디플레 우려' 발언으로 달러약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디플레는 '상품가격 하락→기업매출 감소→고용 감축→소비 위축'의 악순환을 초래,궁극적으로 미국 경제력을 상징하는 달러가치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올 한 해 5천억달러로 추정되는 재정적자,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없는 무역적자도 달러가치 회복에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전문가들은 조만간 유로화 대비 달러가치가 사상 최저치(99년 1월4일.유로당 1.1828달러)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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