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새 지평 연다] 반도체ㆍ車등 통상현안 양국 정상 '조율' 관심
입력
수정
노무현 대통령이 오는 14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자동차 철강 등 한·미 통상현안에 대해서도 조율할지가 관심거리다.
부시 공화당 행정부는 기업인 등 보수층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어 통상현안에 관한 자국 업계의 이익 대변에 보다 충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반도체 등 자국보다 경쟁력이 앞선 한국산 제품에 대한 통상 압박 수위를 높여갈 것으로 점쳐져 어떤 식으로든 양국 정상간 조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북한 핵문제가 잡혀있는 만큼 통상문제까지 거론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조태열 통상교섭본부 지역통상국장은 "북핵의 평화적인 해결과 한·미간 경제협력 강화 등을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통상문제가 언급되길 바란다"며 "이럴 경우 하이닉스반도체 문제 만큼은 꼭 짚고 넘어가 달라고 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고 말했다.
◆발등의 불,D램 반도체
한국은 지난 2,3일 이틀간 미국 워싱턴에서 하이닉스에 57.37%의 상계관세를 물리겠다는 미국 상무부의 예비판정을 유예해달라고 협상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미국은 하이닉스 보조금 지급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줄기차게 걸고 넘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오는 7월말로 예정된 최종판정도 예비판정대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측은 하이닉스의 대미 수출물량을 자율적으로 줄이는 조건으로 상계관세를 유예해줄 것을 제안했지만 미국측은 국내 채권단의 하이닉스 지원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수입확대 요구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0.25%에 불과했다.
미국측은 한국 정부가 현재 8%로 돼 있는 자동차 수입관세율을 미국 수준인 2.5%로 낮추는 등 수입 문호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입자동차에 대한 특별소비세 체계를 바꿀 것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고속도로 순찰 차량 1백대를 미국 포드로부터 구입하고 특소세율 체계를 단순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정부 차원에서 수입자동차 모터쇼 개최도 적극 지원하는 등 '미국 달래기'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측 요구대로 관세율을 낮춘다고 해서 미국산 자동차의 한국시장 점유율이 올라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다.
국내 도로여건상 상대적으로 연비가 낮은 미국산 자동차는 적합지 않다는 것.
◆기술표준화도 문제
정보통신부가 작년 5월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간 무선인터넷 플랫폼에 대한 단체 표준을 채택한데 대해서도 미국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기술 표준은 정부가 아닌 업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인데다 정통부가 채택한 표준이 미국 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미국측 주장이다.
철강분야도 현안 리스트에 올라있다.
미국은 작년 3월 "한국산 철강제품의 과다 수입으로 미국 철강업계가 고전하고 있다"며 14개 한국산 철강제품에 8∼30%의 고율 관세를 매겼다.
한국 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일본도 동일한 조치를 당해 한국은 이들 나라와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미국을 제소한 상태다.
미국은 이밖에도 △소프트웨어 등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정통부 상설단속반에 사법경찰권 부여 △수입의약품의 국내시장 접근을 막는 국민건강보험제도 개정 등을 요구해 한국측과 마찰을 빚고 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