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1백78대1의 경쟁률이 말하는 것

서울지역 아파트 4차 동시분양에 12만7천명이 몰려 동시분양제도 도입 후 최고인 1백7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것은 상반기 중 신입사원을 뽑은 주요 기업들의 취업경쟁률이 사상 최고수준인 83대 1에 달했다는 것과 함께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점을 그대로 말해준다. 돈은 엄청나게 풀려 있으나 생산적인 투자는 극히 부진한 상황.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일자리 창출은 극히 미미한데서 빚어지는 현상들이다. 이번 동시분양 아파트 청약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부동자금의 투기자금화 우려를 더하게 한다. 전체 청약자의 90%를 웃도는 11만여명이 5백87가구를 분양한 도곡동 주공 1차에 집중됐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볼 수 있다. 내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보다는 전매차익을 얻으려는 사람들이 훨씬 많지 않았다면 아파트간 청약경쟁률 격차가 그렇게 엄청날 까닭이 없다. 도곡 주공 1차나 서초 롯데캐슬 리버티의 경우 분양만 받으면 그 자리에서 1천만원 이상 프리미엄이 붙을 것이란 얘기이고 보면 이들 아파트에 청약이 몰린 것 또한 당연할지도 모른다. 동시분양제 도입 후 최고를 기록한 서울 4차 동시분양 청약경쟁률이 주변 아파트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점치기 어렵지 않다. 경기는 바닥도 없이 가라앉고 있는데 부동산투기만 되살아나는 최악의 상황이 빚어질 우려도 떨치기 어려운 국면이다. 일자리는 없고 집값은 오르기만 해 젊은이들의 좌절감이 확대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런 양상이 계속 이어질 경우 이 사회가 어떤 꼴이 될지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정책당국은 하루빨리 선택을 분명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먼저,부동산을 통해 경기를 풀어보겠다는 생각을 접어야한다. 경기 진작효과가 다른 어떤 것보다 큰 게 주택건설이지만 지금 상황에선 절대로 그 쪽을 경기부양수단으로 삼아선 안된다. 서울지역 아파트 재건축 규제가 왔다갔다 하는 것을 걱정스럽게 여기는 것도 그런 까닭에서다. 엄청난 부동자금이 자본시장을 통해 기업쪽으로 흐르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돈이 덜 풀려 기업투자가 부진한 것은 아니라는 게 이번 동시분양을 통해서도 드러난 만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더욱 분명해졌다. 정책의 불확실성과 그로 인한 기업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1백78대 1과 83대 1로 나타난 바람직하지 못한 '사상최고'를 더 높여가지 않으려면 그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