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들, 단과대 책임경영 활발

고려대 중앙대 아주대 이화여대 등 대학들이 총장이 독점했던 권한과 책임을 단과대 학장에게 위임함으로써 경영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권력의 중앙집중화로 인한 경직성을 걷어내고 단과대간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대학 전체의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종합대학의 단과대가 점차 기업체의 사업부와 같이 변모하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2월 어윤대 총장이 취임한 후 예산권과 인사권 일부를 단과대학장에게 넘겼다. 또 단과대 경영에 '목표관리제(Management By Objectives)'를 도입하고 있다. 총장은 권한을 위임하고 학장은 권한을 이용해 연구업적이나 우수학생 유치 등 설정된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전체적인 대학경영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목표관리제에 따른 성과 평가를 위해 고려대는 오는 2학기부터 국내 대학 최초로 '학과별 원가계산제도'를 시행한다. 이 결과는 보직 임명이나 권한 위임을 위한 기초자료로 사용할 방침이다.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그동안은 총장이 예산권과 인사권을 독점함으로써 공간 예산 등 자원이 단과대학이나 학과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사용되지 못했다"며 "학장에게 권한을 넘겨 책임경영을 하도록 하면 교수들 스스로가 자원을 교육과 연구를 위해 효과적으로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중앙대는 지난 2001년부터 점진적으로 학장에게 교수평가권, 장학금 운영, 자율예산권 등을 위임했고 졸업식도 단과대별로 연다. 대신 학기마다 학장으로부터 학장리포트(Dean's Report)를 받아 성과를 평가한다. 중앙대는 이를 보직 임명에 반영할 뿐 아니라 연구실적에 따라 단과대별로 연구비를 차등지급하고 있다. 학장리포트에는 △단대별 연구실적 △발전기금 모금실적 △학생 평가(장학금 수혜자율, 국제교환학생수) △졸업인정제 이수자 현황 △산.학 협동 및 동문회, 학생회 활동 등을 상세히 적도록 돼 있다. 이화여대는 지난해 신인령 총장이 취임한 뒤 총장에게 집중된 업무를 단과대학 학장에게 이양하는 방안을 추진중이고 아주대는 오명 총장 주도로 학장에게 예산권 등 상당한 권한을 위임해 책임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상명대도 교육시장 개방 등 대학의 위기 앞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10개 단과대별로 평가에 따라 연구비를 차등 지급하는 등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방안을 구상중이다. 또 대학행정이 중앙집권적이라고 비판받는 국립 서울대도 최근 구조조정을 위해 각 단과대별로 바람직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