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주ㆍ운송업체 "우리가 봉이냐" .. 정부, 중재자 역할 제대로 못해

화물연대 파업을 타개하기 위한 협상과정에서 화주업체들과 운송업체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이들은 "물류대란이 오래 전에 예고됐음에도 수수방관하던 정부 관련부처들이 사태가 급박해지고 대통령의 질책이 떨어지자 기업의 일방적인 양보를 종용하고 있다"며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3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중앙노동위원회. 부산컨테이너 물류파업과 관련된 운송비 인상 등 쟁점들을 다루기 위한 운송하역노조 운송회사 화주간 첫 3자교섭이 열렸다. 노민기 노동부 노사정책국장은 '정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협상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라며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자리를 떴다. '자리'만 제공했다는 정부측 주장과는 달리 3자교섭을 정부가 급조한 흔적이 여기저기 드러나 보였다. 교섭에 참석하라는 연락을 갑자기 받다 보니 운송회사와 화주회사들은 교섭 시안을 내놓기는 커녕 협상 대표도 아직 뽑지 못한 상태였다. 정부 관계자들이 자리를 비우자 양측의 첨예한 공방이 벌어졌고 입장차이만 확연히 드러났다. "차종과 지역을 포괄하는 '일괄협상'을 벌이자"는 노측의 주장에 맞서 운송회사측은 "컨테이너 벌크 탱크로리 등 차종별 회사에 따라 이해관계가 완전히 다르므로 차종별 소위원회를 구성해 협의하자"고 주장했다. 사측은 또 "노조측 주장을 받아들이더라도 오늘 회의에 급히 불려나온 사람들이 전부 컨테이너회사 소속이어서 벌크 탱크로리 등의 대표를 뽑으려면 최소한 하루 정도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하역노조측은 12일 협상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화물연대와 운송회사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자 건교부와 노동부 관계자들이 개입하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운송회사측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건교부 관계자는 "운임료 인상협상을 산별교섭으로 격상해 교섭 결과를 일괄 적용하고 12일부터 협상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는 식으로 '낙관적인 협상 전망'을 흘렸다. 새벽 2시께 발표된 노사합의문은 건교부 당국자의 말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사측은 '산별 일괄교섭' 안에 불만이 많으면서도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과정에서 운송료 15%를 인상해 주기로 한 포스코나 현재 진행중인 컨테이너 운송파업협상에 관련된 화주업체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봉이나 다름없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수도권 화주업체인 A타이어 상무는 "운송료 인상분의 상당부분을 화주들이 떠안게될 것이 뻔하다"면서 "운송업체와 지입차주(화물연대 조합원)들과의 다툼에 엉뚱하게 피해를 보고 있는데도 정부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어 사태를 봉합하는 데만 급급한 인상"이라고 비난했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