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현대차의 '진실 알리기'

현대자동차의 대외 전략이 조금씩 바뀌는 것 같다. 투자자와 종업원들,외부 신용평가기관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같지 않아서다. 현대차는 13일 증권거래소에서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현대차는 그동안 주로 공시를 통해 실적을 발표해오던 터.대규모 공개 IR를 통해 분기 실적을 설명하긴 이번이 처음이다. '딱딱한' 공시를 훑어보며 일일이 전화를 걸어 궁금증을 해소했던 이들로선 반색할 만한 일이다. 조직 문화가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심지어 폐쇄적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현대차로서도 모처럼 '서비스'를 한 셈이다. 현대차는 이에 앞서 지난 7일 노동조합을 상대로 올해 경영목표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28조2천억원의 매출에 2조1천억원 상당의 경상이익을 올리겠다는 것.현대차가 노조를 상대로 사상 최고치의 이익 목표를 공개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상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데 진실 만큼 큰 힘은 없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진실'이라는 단어를 힘주어 강조했다. 현대차가 이처럼 대외전략(?)을 수정한 것은 '글로벌 톱5'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톱5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적을 포함한 기업의 외형적 가치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나 경영시스템과 같은 내적 자산도 중요하다는 게 경영진들의 최근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에 대한 국제 신용평가사의 평가 등급이 여전히 '투자 부적격'이라는 점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5년내 도요타를 따라잡겠다는 회사가 투자 부적격이라니…. 때문에 현대차는 요즘 무디스와 S&P를 상대로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물론 이들 평가회사는 아직 요지부동이다. 현대차가 꽤나 우수한 경영지표를 보이고 있지만 세계 자동차산업이 하강국면에 접어드는 등 불확실성도 크다고 보고 있어서다. 현대차를 직접 방문해보지 않은 뉴욕의 평가데스크들은 북한 핵문제도 현대차와 결부시킨다고 한다. 하지만 어째서 똑같이 '불확실한 공간'에 있는 삼성전자는 투자적격 등급을 받고 있을까. 현대차의 '진실 알리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조일훈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