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나라도 모두 멍든다 .. 파업 도미노

항만 마비가 확산되고 있다. 부산 광양에 이어 13일에는 울산 화물연대도 동조파업에 합류했다. 해외로 열린 물류망이 막히면서 조업을 중단하는 후방 제조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력기업들의 라인이 멈추어 서기 시작했다. 혈류가 막히면서 심장마저 썩기 시작하는 단계다. '동북아 경제중심'은 커녕 태평양의 변방도 어렵다는 냉소가 빈바다에 울려퍼지고 있다. 물류 파업 5일째를 맞았다. 산업 피해는 벌써 하루 2억달러로 불어났다. 항만을 통한 수출입 물동량의 90%가 올스톱된 상태다. 이날 군수송 차량이 긴급투입되었지만 정상화에는 턱없는 역부족이었다. 정부는 철도를 통한 긴급 수송체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철도노조는 준법운행을 거론하며 오히려 물류투쟁을 지원하고 나섰다. 해외 바이어들은 주문선을 중국으로 돌리라는 급전을 띄우고 있다. 경제5단체 부회장들이 긴급모임을 갖고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으나 정작 당국은 중장기적 제도개선만을 논의하는데 그쳤다. 포항 부산 광양은 해방 후 50년 동안 피땀흘려 건설한 산업의 심장이며 열린 바다였지만 지금 차례차례 문을 닫아걸고 있다. 오직 "밀어붙일수록 더 얻는다"는 폭력적 행동준칙 만이 스스로를 입증해가는 중이다. 정부가 바로 그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법과 원칙을 도외시한 채 몰 이성적 온정주의의 깃발을 내걸었을 때 이미 난리는 예고된 것이었다. 이제 6월이 오고 노조의 깃발은 더욱 높이 내걸릴 테다. 그리되면 우리경제는 기어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널지도 모를 일이다.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마당에 대통령이 워싱턴과 뉴욕을 돌며 투자유치에 목이 쉰다한들 한국을 돌아볼 투자자는 없다. 13일 총리주재로 열린 긴급 국무회의의 풍경은 만화경 그 자체다. 장관들은 다급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질책이 마치 홍보 부족 때문이기라도 한듯이 한가한 넋두리만을 내놓았다.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없다. 법이 있고 원칙이 있다면 그대로 하는 것이다. 자신의 임무와 역할, 책임이 무엇인지를 깨닫지 못하는 정부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지금 국민들은 바로 그 질문을 정부에 던지고 있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