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그린스펀의 '디플레'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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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지난 6일 발표는 FRB가 우리 세대에서는 처음으로 인플레보다 가격하락을 더 걱정하고 있음을 '공식'으로 확인해줬다.
발표문의 행간을 읽어보면 앨런 그린스펀 의장은 버블 후기(Post-Bubble)의 후유증을 아직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걱정하는 것 같다.
역대 FRB의장들은 인플레를 가장 중요한 문제로 생각하고 대처해 왔다.
특히 포드 대통령의 수석경제 자문을 역임했던 그린스펀처럼 인플레가 무시무시했던 70년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따라서 FRB가 '가격하락'을 걱정하는 데는 어느 정도 설명이 필요하다.
FRB는 최근 몇 년간 대응적 (accommodative) 통화정책을 운영해 왔다.
이에 따라 현재 기준금리가 1.25%로 낮아졌고,유동자금이 금융권에 유입되고 있다.
이 자금이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가져오며 IT 버블 붕괴 이후 어느정도 경제의 완충작용을 해왔다.
소비자신뢰도 및 지출도 강화시켜 주었다.
FRB의 금융완화정책이 '90년말의 잔치' 이후 나타날 수 있었던 심각한 경제하락을 피하게 만들어 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매년 15%,20%씩이나 상승할 수는 없다.
이미 부동산 가격상승이 둔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린스펀은 주택가격이 너무 빨리 떨어지면서 생길수 있는 이중 침체(double-dip recession)를 우려하는 것이다.
지난 6일 FRB의 발표문은 '이중침체'가 생기지 않도록 하려는 약속처럼 보인다.
이 달에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대신 인플레 하락의 가능성이 보이면 6월에 금리를 내릴 것이란 강력한 암시를 주었다.
디플레가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다.1920년대와 같은 번영기에는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그린스펀이 피하고자 하는 디플레는 부동산 같은 자산의 가격하락이다.
바로 이것이 스태그네이션으로 이어질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그린스펀은 경제적인 칼날 끝에서 걷고 있으며,자신도 그것을 알고 있다.
경제버블과 그 이후 시기의 주요 경제 정책 결정자란 점에서 자신에 대한 평가도 여기에 달려있다.
그러나 FRB와 통화정책은 수리(repair)하는 일만 요구돼서는 곤란하다.
일각에서는 금리를 0.5%포인트 더 내리면 경제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주장하지만 FRB가 인플레를 막는 작업을 포기해서는 곤란하다.
디플레의 우려가 부동산에 다시 바람을 넣고 그래서 경제를 부양하려는 신호는 아니라고 믿는다.
디플레를 막는 것을 FRB에만 의존하기보다 재정 인센티브를 사용할수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원래 제안한 감세안은 최소한 필요한 것이다.
10년간에 걸친 3천5백억달러와 5천5백억달러의 감세안 차이(2천억달러)를 두고 공화당원들끼리 싸우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재무부는 약 25조달러의 세수를 징수할 것이다.
연간 2백억달러란 차액은 반올림식의 오차정도에 불과하다.
감세 반대자들은 그린스펀이 부시의 감세안을 반대하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는 부시의 감세안을 지지하되 감세상당액 만큼의 지출삭감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어떠한 경우든 그린스펀의 주요 의무는 통화정책이며,통화정책에서 그의 말은 실제로 중요한 것이다.
그의 '디플레' 경고는 의회에 대한 기상 나팔이 되어야만 할 것이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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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월스트리트저널 8일자 '그린스펀의 포스트버블노믹스(Greenspan's Post-Bubblenomics)란 사설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