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 船社들 부산항서 '발길'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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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천억원 부산항 환적화물시장'이 화물연대파업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사태로 부산항 야적장이 마비되면서 선사들이 부산항을 기피하는가 하면 화물수출이 중단돼 환적화물이 경쟁국인 중국 등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선박들이 화물을 쌓아둘 야적장이 없어 부산항 대신 다른나라 부두로 가버리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산항이 수익성 높은 환적중심항의 역할을 놓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한진해운은 지난 13일 부산항 감만부두 한진터미널과 감천항 한진터미널이 적정장치능력을 초과함에 따라 부산항이 정상을 찾을 때까지 자사 보유 선박의 부산항 기항을 중단하기로 했다.
감천항 한진터미널에 입항 예정인 한진피닉스호와 감만 한진터미널에 들어올 바이칼세나토호의 기항지를 각각 광양항과 중국 상하이항으로 변경했다.
외국적 선사들은 부산항의 항만 기능 마비로 모선의 기항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 기항지 변경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커져가고 있다.
부산항의 환적 컨테이너 화물 처리량은 지난해 3백89만개로 전체 9백45만개의 41.1%를 차지했다.
환적화물을 한 개 처리할 경우 항만시설사용료 화물입출항료 등 정부가 받는 돈과 하역업체와 선박 대리점들이 벌어들이는 수입을 합쳐 20만5천원인 점을 감안하면 부산항이 지난해 환적화물로 벌어들인 수입은 7천9백75억원으로 추산된다.
특히 환적화물이 많으면 대형선박들이 몰려들게 마련인데 이에 따라오는 부가적인 수입도 연간 3천억원대에 달한다고 컨테이너부두 공단은 밝혔다.
방정규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 항만물류실장은 "환적화물 유치는 부산항이 '허브'항으로 커나가는 핵심인 만큼 장기 파업으로 이 기능이 취약해지면 부산의 미래는 없다"고 우려했다.
부산과 싱가포르 중국 일본의 환적화물 유치경쟁은 갈수록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환적화물은 일반컨테이너 화물보다 부가가치가 2.5배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환적화물은 부산항에 내리면 바로 그 부두에서 다른 나라로 실어가거나 차량으로 다른 인근부두로 가져가 수송하는 화물로 도심지내로 진입할 필요가 없어 교통체증도 일으키지 않는 '클린 인더스트리' 상품으로 꼽힌다.
이같은 고부가가치 상품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부산항의 마비사태가 발생, 부산항의 환적중심항 도약을 흔들고 있다.
감만부두의 한 관계자는 "환적화물은 파업으로 현재 겨우 10% 정도 처리하는 수준이라며 돈이 날아가고 있는 느낌"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한진해운 김시복 물류팀장은 "중국과 일본 등 인근항들과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치고 있는 마당에 이번 사태는 치명적"이라며 "세계 3위 부산항의 국제적 이미지가 추락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