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호 회장 퇴진 불가피 .. 진로 법정관리…골드만삭스 판정승

㈜진로의 '진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서울지방법원이 14일 국내 최대 주류 브랜드인 진로에 대해 법정관리 개시 결정을 내림에 따라 진로에 미칠 파장과 향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장 진로의 내부 반발이 거센데다 제3자 인수 문제까지 겹쳐 진로의 앞날은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다. ◆'참이슬' 생산 중단 등 반발 법정관리 개시 소식을 접한 진로 임직원들은 "믿을 수 없다"며 하루종일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진로 노조는 이번 결정에 반발해 하루 20만 상자의 '참이슬'을 생산하는 청원공장과 이천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강경투쟁을 선언했다. 진로 경영진은 "5년 전 부도에도 불구하고 참이슬의 점유율을 38%에서 54%로 끌어올렸는데 골드만삭스의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로는 지방법원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고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할 계획이다. ◆3자매각 급물살 탈 듯 진로가 추진해왔던 1조6백억원의 외자유치는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진로는 법정관리로 가지 않기 위해 외자유치를 통한 자금운용 정상화를 노렸으나 법원의 결정으로 더이상 추진이 불가능해졌다. 상황이 급변하자 주류업계의 관심은 과연 누가 진로 인수에 나설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진로는 국내 단일 브랜드로는 최고의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고 있다. 지난 4월 골드만삭스가 법정관리를 신청할 때부터 제3자 인수 얘기가 나돌았다. 법정관리 중인 기업 중 매각이 가능한 우량기업을 제3자에게 매각해온 것이 법원의 방침이기 때문. 현재 구체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업체는 없다. 소주 사업을 한때 추진했던 L그룹과 주류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D그룹이 인수 희망자로 거론되고 있지만 확실치 않다. 외국 주류회사가 인수에 나설 공산도 있다. 외국 주류회사들이 앞다퉈 한국 위스키 시장에 뛰어들었던 전례를 볼 때 막강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는 진로에 군침을 흘릴 만하다는 얘기다. 진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던 당사자인 골드만삭스가 최근 기아특수강 인수전에 세아홀딩스 컨소시엄과 함께 뛰어든 것처럼 진로 사냥에 직접 나설 수도 있다. 진로 인수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1조8천억여원에 달하는 빚이 문제다. 일정 규모 이상의 빚 탕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진로는 먹고 싶지만 먹기 쉽지 않은 기업이 될 수 있다. 반면 적당한 빚 탕감만 이뤄진다면 매출 1조원,영업이익 1천억원,시장점유율 54%인 '참이슬'을 삼키려는 공룡은 곳곳에서 출현할 수 있다. ◆장씨 일가,79년만에 퇴진 법정관리 결정으로 장씨 일가와 진로의 결별은 시간문제가 됐다. 법정관리로 가면 통상 대주주의 지분은 전부 무상소각한다. 이렇게 되면 진로는 창업주인 고 장학엽 회장이 1924년 평안남도 평강군에서 진로를 설립한 지 79년만에 장씨 일가의 손을 떠나게 된다. 지난해 9월말 결산 당시 진로의 지분구조는 장진호 회장 등 장씨 일가의 지분 10.10%,회사 보유 주식 41.92%,소액주주 47.97%,기타 0.01%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장씨 일가는 지난 98년 부도 당시 진로와 결별할 뻔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존 사주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화의절차가 개시된 덕에 장씨 일가는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법원 결정으로 장 회장 일가의 운도 다해 설립 80주년을 앞두고 진로를 떠나 보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 [ 진로 법정관리 사태 일지 ] 1997. 9 진로그룹 부도,주력 6개사 화의신청 97.11 김선중 대표이사 회장 선임 98. 4 진로, 화의 발효 98.12 남부터미널 부지 8천4백72평 매각 99.11 진로쿠어스, OB맥주에 매각 2000.2 위스키 사업부문, 진로발렌타인스에 양도 2003.4.2 외자유치 계획 발표 4.3 골드만삭스 계열 세나인베스트먼츠, 법정관리 신청 4.4 법원, 재산보전처분 4.20 진로,손배청구권 보전차 골드만삭스 채권 가압류 신청 5.14 법원,진로 법정관리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