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六矣廛 경제' .. 姜萬洙 <디지털경제硏.이사장>

조선시대 종로에는 나라의 허가를 얻은 '시전(市廛)'과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으로 장사하는 '난전(亂廛)'이 있었다고 한다. 시전에는 비단을 파는 선전, 무명을 파는 면포전(綿布廛), 종이를 파는 지전(紙廛),명주를 파는 면주전(綿紬廛), 모시를 파는 저포전(紵布廛)과 어물을 파는 내외어물전(內外魚物廛)이라는 여섯 개의 으뜸가는 육의전(六矣廛)이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나라에 물자를 공급하는 대신 난전례(亂廛例)에 의하여 특별한 보호를 받았고, 난전의 단속권을 주어 불법으로 장사를 하다가 발각되는 경우에는 상품을 몰수하거나 곤장 80대를 칠 수 있는 처벌권도 주었다고 한다. 부산 항구를 마비시켜 수출입 전면 중단위기로 몰고 가는 물류대란은 포항에서부터 시작된 '화물연대'의 컨테이너 운송 거부로 시작되었다. 규모가 크다고 포스코와 운송계약을 맺게 된 5개 대형운송회사가 하청 받은 중소형회사나 개인차주로부터 15%의 알선료를 챙기는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여기에다 이중삼중으로 알선업체가 개입되는 경우 개인차주는 최고 50%선까지 공제된다고 한다. 5개 독점업체가 알선료를 챙기는 것이 옛날의 '전매특권'을 가진 육의전이 허가 없이 장사하는 난전의 물건을 빼앗고 곤장 치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알선료를 챙기는 사람도 없고, 피나게 경쟁을 하는 신문들에 '공정거래'를 하라고 '신문고시'를 만들면서 운송업체들의 '하도급 거래'에 대해서는 '나몰라라'하는 것은 육의전의 횡포를 못본 체 하던 조선왕조와 별로 다른게 없어 보인다. 헌법에 보장된 영업의 자유인데 선심 쓰듯이 찔끔찔끔 '개인택시'나 '개인용달차'를 허가하며 '지입제'라는 족쇄로 묶어놓은 영세 차주들의 고통을 모두가 몰라라하니 '지입제'가 문제 된지 몇십년이 되어도 그 타령이다. 개인택시는 차도 깨끗하고 서비스도 좋은데, 화물차는 무엇이 다르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작다는 이유로 개인차주에게 사업을 못하게 한 정부가 이번 사태의 본질적인 책임이 있다. 개인화물차주에게도 '영업의 자유'를 인정하고, 단독이나 그룹으로 화주와 직접 계약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공정거래요, 시장경제인 것 같다. 중간에서 돈을 챙기기는 부동산 투기행위도 마찬가지다. 지난번 서울지역 아파트 4차 동시분양에서 도곡동 주공1차 43평형의 경우 4천7백9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고 한다. 당첨되기만 하면 거액을 챙길 수 있다고 하니 돈 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나서지 않으랴. '봉이 김선달'도 놀랄 이런 일확천금은 서민주택공급을 제대로 공급하지도 못하는 정부가 경기를 부양한답시고 투기를 부추기고, 멀쩡한 집을 부수고 새로 지어도 떼돈 벌 수 있도록 건축규정을 바꾸고,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 유례가 없는 그린벨트로 택지를 묶어 놓은 탓이다. 돈이 허가요, 당첨이 육의전 같다. 3백조원이 넘는 시중의 부동자금이 갈 곳을 몰라 부동산 투기에 몰리고 있는 판인데 금리까지 내리게 되었으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지난 국민의 정부가 경기를 진작시킨다고 돈 풀고 투기를 불붙여 아파트가격과 전.월세가격이 폭등해 서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 것을 잊었는가 보다. 내린 금리가 전세에 반영되면 집 없는 서민들은 또 한번 당하게 되었다. 자유롭게 경쟁하는 '시장'경제라고 하는데 현대판 '육의전'은 여기 저기 널려 있고,국민이 주인인 '민주'정부인데도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와 평등을 유린하는 '난전례'가 허다하다. 지금은 돈 있고 땅 있으면 육의전이고, 돈 없고 땅 없으면 난전이다. 투기에 당하는 프리미엄은 몰수 같고, 불공정거래에 뜯기는 알선료는 곤장 같다. 법에 문제가 많은데 엄정한 법 집행은 소리만 내다가 흐지부지 하고마니 법의 권위가 설 리가 없다. 불법을 저지른 '화물연대'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불합리를 방치한 정부는 "평균인의 과반수가 못 지키는 법은 입법자가 범법자다"라는 말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 세월이 흐르고 사람이 바뀌었어도 왕조시대의 '육의전 경제'가 아직도 면면히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