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은 고사하고...면피성 행차 .. 부산 파업현장으로 간 장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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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집단 농성을 벌이며 작업을 거부한지 6일째인 14일 오전.
물류대란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눈코뜰새 없던 부산시청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때아닌 '손님맞이'에 시달려야 했다.
서울에서 고건 국무총리를 비롯해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행정자치부 장관과 경찰청장 등이 대거 내려와 부두와 물류 현장을 둘러보았기 때문이다.
하루 전에 도착한 해양수산부 장관을 포함, 4명의 장관은 이날 부산지역 관계기관과 대책회의를 가지며 나름대로 분주히 움직였다.
하지만 이들의 회의 내용과 발언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한 마디로 '한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오전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서 열린 장관들과 운송회사, 부두 관리회사의 대책회의.
한 부두 관리회사 간부가 "지금 회의할 시간도 없다. 이미 나올 만한 조치는 다 나왔고 비조합원들이 복귀할 수 있게 정부가 나서달라"고 요청하자 허성관 해양부 장관은 버럭 짜증부터 냈다.
"정부에 문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지 말라. 각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언성을 높였다.
허 장관은 또 한 운송업체 임원이 "비상수송 차량이 과적으로 단속에 걸려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전하자 "어제 한 얘기 아니냐. 나중에 말하자"며 말문을 막아버리기도 했다.
장관들의 겉치레 행보는 다음 방문지인 신선대 부두에서도 반복됐다.
부두 관리회사 간부가 "운송업체가 모두 일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제안하자 윤진식 산자부 장관은 "거 참 좋은 얘기네. 건교(건교부 장관)하고 부산시장하고 한번 해보라고"라며 강건너 불보듯한 발언을 했다.
최종찬 건교부 장관은 "권한이 모두 지방에 내려가 있는데…. 건교가 서울에서 무슨. 부산이 해야지…"라며 책임을 부산시장에게 떠넘겼다.
유일하게 김두관 행자부 장관이 비행기 출발시간을 연기한 채 운송업체 사장과 통화하며 사태 해결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권지관 부산경찰청장도 문제를 덮는데 급급했다.
그는 행자부 장관, 경찰청장이 함께 한 자리에서 부두 관리회사 직원이 "화물연대측이 비조합원 차량에 돌을 던지는 등 위협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하자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어제까지 그런 보고를 받은 바 없다. 절대로 그럴 리 없다"며 '화물연대'측을 변호했다.
이날 방문한 장관들의 행태에 많은 참석자들은 한마디로 "뭐하러 왔노?"라는 반응을 보였다.
운송업체 한 관계자는 "장관이 4명이나 와서 하는 행동이 이 정도니 정부 대책이 별 볼일 없을 수밖에 없다"며 "쓴소리는 안 들으려 하고 사태를 책임지려는 사람도 없고…. 문제가 해결된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라며 한숨을 지었다.
부산=김태현.신경원 기자 hyu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