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휴대폰산업] ③·<끝> 구조조정만이 살길이다

휘청거리는 국내 중소.중견 휴대폰 업체들에 돌파구는 없나. 전문가들은 구조조정과 함께 선택과 집중의 경영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말한다. 공급과잉으로 인해 가격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각 업체별로 특정 분야에서 내로라할 장기 하나는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 업체의 브랜드이미지와 후발국의 저가공세에 대항할 수 있는 무기는 경쟁력 뿐이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탈락하는 업체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 사이에도 제살깎기식 과당경쟁을 피할 수 있도록 자율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조조정이 유일한 대안=전문가들은 휴대폰 산업이 이제 본격적인 구조조정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한다. 3세대 서비스(IMT-2000)가 예정보다 늦춰지면서 앞으로 2년간은 2.5세대 휴대폰의 전성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2.5세대 휴대폰 분야에서 중국이나 대만 업체가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데 있다. 그만큼 국내 업체에 어려움은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LG경제연구원 조준일 연구원은 "브랜드가 없고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업체들은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마케팅,생산,연구개발 등 한 분야만 특화시키는 형태로 생존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소업체들의 경우 연구개발부터 생산 마케팅 사후서비스까지 모두 갖추기보다는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한 분야에서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모바일 솔루션 업체인 인트로모바일 이창석 사장은 "중소 휴대폰 업체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모두 개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하드웨어의 강점을 살리고 소프트웨어는 아웃소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휴대폰 생산업체의 난립으로 연구개발 인력이 분산돼 개발능력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 자발적인 M&A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수출선 다변화도 시급한 과제다. 중국 의존도에서 벗어나 동남아 인도 유럽 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상당수 중소업체들은 중국시장 판매비중이 50%를 넘어 위험 분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업계 자율조정기능 절실=정보통신부는 최근 중국시장에서 국내 업체들간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휴대폰 제조업체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열었으나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휴대폰 가격을 낮춘 것으로 지목된 대기업은 "재고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주장한 반면 중소업체들은 "대기업이 물을 흐려놓았다"고 반박하고 나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러한 논의가 오가는 중에도 자금난에 빠진 국내업체가 중국에 밀어내기 수출을 시도해 업계 자율조정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업계내 의견조율을 위한 협의기구의 위상을 강화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말기 구입 늦추는 소비자=전반적인 경기침체 외에 정부 정책이 휴대폰 수요를 위축시키는 데 상당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단말기에 대해 보조금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 올초 발표됐지만 아직까지 정책은 시행되지 않고 있다. 보조금이 허용될 때까지 단말기 구입을 미루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시장이 더욱 얼어붙었다는 게 휴대폰 메이커들의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대리점들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지급하는 단말기 보조금(출고가의 약 10%안팎)까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조치"라며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