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파업타결] 불법행동에도 무원칙 대응

정부가 화물연대측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면서 화물대란은 15일 일단 수습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노.정(勞.政) 합의는 불법행동에 대한 정부의 무원칙 대응과 친노조정책이 빚어낸 합작품이란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특히 '힘으로 밀어붙이면 통한다'는 선례를 다시 한번 남김으로써 대화와 타협 대신 집단행동을 통해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노조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 노사현장은 그 어느 때보다 거센 분규의 회오리에 휩싸일 것으로 우려된다. ◆ 친노조정책이 파국 불러 화물연대의 대규모 집단행동은 참여정부의 친노조정책으로부터 비롯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이 '힘의 균형'을 강조하면서 노조편향적인 정책을 펼쳐 노동계의 기대심리를 높였다는 것이다. 이번 파업사태도 화물운송료의 불합리한 체계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목소리를 높이면 해결된다'는 집단 이기주의도 한몫 했다는 분석이다. 관계부처들이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은 바로 이같은 친노조 분위기가 확산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강경대응했다가는 '윗분'으로부터 '반개혁' 세력으로 찍힌다는 것이다. 장관들이 눈치만 살피다 보니 초기 대응을 못해 결국 피해를 키우고 말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DJ정권까지만 해도 불법 집단행동이 벌어지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관계부처가 서로 법에 따라 강경대응해온게 관례였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을 통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강조한 참여정부들어선 대형 분규때마다 법과 원칙보다는 타협과 양보로 일관해 왔다. 정부는 그동안 화물연대 회원들의 항만 봉쇄 등을 폭력사태로 규정하고 불법적인 집단행동에 대해선 공권력을 투입, 법대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결과는 또다시 노조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며 타협으로 끝났다. 두산중공업 분규해결과 철도노조 파업 철회 과정에서 보여준 무원칙한 친노조성향 정책기조를 또다시 드러낸 것이다. ◆ 앞으로가 문제 정부가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에 또다시 밀려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앞으로 노동계의 요구가 커질 것으로 재계는 우려하고 있다. '밀어붙이면 먹혀든다'는 사실을 여러번 확인한 노조들은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실력행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이번 사태가 자사 노조에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내 노사분규에 큰 영향을 미쳐온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두산중공업 등 대형 사업장을 비롯 많은 사업장에서 벌써부터 노사교섭이 삐거덕거리고 있다. 여기에다 주5일 근무제와 관련, 양대 노총의 제조업 관련 노조들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6월 총파업 투쟁에 들어간다고 경고한 바 있고 민주노총 금속연맹도 임단협 협상과 관련, 6월18일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노동계의 6월 대투쟁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 산하 금속산별노조 96개 사업장이 집단 교섭을 벌이고 있고 주5일 근무제 법안, 비정규직 보호방안, 외국인 고용허가제 도입 방안, 공무원노조 허용 등 노사간 핵심 쟁점사항들이 산적해 있어 노사현장은 폭풍전야와 같은 긴장감에 휩싸여있는 상태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